[기획] 중소형 단지 선호 추세… “건설사 분양가 인하해야”
원가 절감 통한 분양가 조정 필요
2025-11-27 최한결 기자
매일일보 = 최한결 기자 | 집값 부담으로 중소형 아파트 선호가 급증한 반면 건설업계는 인건비와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분양가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는 대출 규제와 미분양 증가로 서민들의 주택 구입이 어려워지고 중소 건설사들의 도산도 이어져 분양가 인하를 통해 시장 수요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올해 전용 60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54대 1로 대형아파트(8.14대 1)보다 높았다. 소형 아파트는 33.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더욱 높은 인기를 끌었다.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가격 탄력성이 높은 데 기인한다. 지난 8월 기준 수도권의 전용 6085㎡ 이하 아파트 지수 변동률은 0.83으로 대형 아파트보다 높았다. 지역은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으나 중소형 구간은 상대적으로 적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 60㎡ 이하 소형 타입은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의 서울원 아이파크는 중소형 평형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중대형은 대거 미달 사태를 겪었다. 59㎡는 332.3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91㎡ 이상 평형은 대부분 미달로 청약 성적의 양극화가 뚜렷했다. 여기에 전국 평균 아파트 분양가도 상승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900만4700원으로 전년 대비 13.05%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의 상승률이 27.17%로 가장 컸다. 분양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공사비 증가로 지난 2020년 이후 공사비지수가 30% 급등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특히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문제는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 될 것이라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10월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21로 전월 대비 3.1p 상승했다. 기본형 건축비 인상과 금리 인하에 따른 매수세 확산 등이 분양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건설업계는 매번 오르는 인건비와 공사비를 이유로 분양가 인하가 어렵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인건비와 건축 자재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며 "특히 철근과 콘크리트 같은 주요 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를 낮추는 것은 업계의 수익성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으며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분양가를 낮추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공사비 안정화를 위해 자재 수급 안정화 협의체 운영·불법·불공정행위 점검·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 등을 발표했다. 목표는 오는 2026년까지 공사비 상승률을 2%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자재 가격 조정과 수급 조절이 물가 변동에 따라 어려워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시장 상황은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수분양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87.6%로 9월보다 6.5%p 하락했으며 미입주의 주요 원인으로는 잔금대출 미확보가 30.9%를 차지했다. 여기에 전국 미분양 아파트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에서 조사한 전국 미분양주택현황보고를 따르면 9월 말 기준 준공 후 분양되지 않은 가구는 총 1만7262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8월(1만7781가구) 이후 4년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또한 10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26곳으로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아직 집계가 안된 11월과 12월을 고려하면 부도업체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뿐 아니라 건설사의 자발적인 분양가 인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 강화로 중소형 아파트는 대출 한도 내에서 구매가 가능해 대출 상환 부담을 덜 수 있어 가격이 저렴한 중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며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무분별한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중저가 아파트 공급을 확대를 해야 한다. 건설사와 협력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사들은 원가 절감을 위한 효율적인 자재 관리·공정 개선·설계 변경 등을 통해 일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절감된 비용을 통해 분양가를 조정해 수요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시장 수요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주변 시세보다 합리적인 분양가를 제시한 단지들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충남 아산에서 분양한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2차는 612가구 모집에 1만8602명이 신청해 1순위 경쟁률 30.4대 1을 기록했고 3.3㎡당 1389만원의 낮은 분양가가 청약 흥행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