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사의 계절, 당연해져버린 2·3세 등판
2025-11-27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첫눈이 내릴 즈음엔 기업들의 내년도 정기 인사도 쏟아진다. 올해는 발표를 서두른 기업들도 있었지만 역시 서울에 첫눈이 내린 27일을 전후로 기업들이 2025년 인사와 방향성을 줄줄이 발표했다.
매년 이 시즌이 되면 업계 관계자부터 국민들까지 모두의 눈길을 끄는 것은 기업가들의 2세, 3세다. 창업주의 자녀들이 입사하고, 순식간에 승진하고 몇 년 만에 ‘상무님’ ‘전무님’이 되면서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모습은 평범한 직장인이 보기에는 드라마 같은 일이다. 하지만 3세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은 세습 경영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오너가 자제들은 자질과 전문성보다는 오너가라는 이유로 신사업을 전담하면서 드림팀과 함께 성과를 내고 고속 승진한다. 최근 몇 년간 유통가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초고속 승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오너가 3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은 지난 2020년에 20대 임원이 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 상무는 2021년 오리온에 입사한 후 1년 5개월만에 30대 상무로 수직 승진했다. 올해는 농심에서 오너 3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2019년 입사 후 5년만에 전무자리로 올라선 것이다. 신상열 실장의 누나인 신수정 음료마케팅 담당 책임도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올라섰다. 하지만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40~50대의 2세들도 미래의 오너로 평가받는 20~30대 3세들도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가 거의 없다. 오히려 오너리스크를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후계자 본인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림팀의 도움으로 수직승진한 후 경영을 시작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오너들은 기업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변명을 내세운다. 꾸준히 세습 경영에 대한 질타를 받으면서도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 시스템 아래에서 회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이라는 항변이다. 수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대기업도 지배력이 흔들리는데, 미리 2세와 3세들이 기업에 들어가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상속 작업이 진행되면 순식간에 기업사냥꾼들에게 회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상속세 개편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회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면, 오너가 후계자는 스스로 본인의 기업에 독이 되기 전에 능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