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지방 백화점 존폐 위기 현실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성장하는데 백화점은 주춤 주 아이템 패션·잡화, 온·오프라인 막론하고 매출 줄어

2025-12-02     이선민 기자
롯데백화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고물가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주요 23개 유통업체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증가한 15조27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온라인 매출이 작년 같은 달 대비 13.9% 증가했다.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큰 성장을 보이지 않거나 축소됐다. 집 근처에서 소량으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3.7%)과 기업형 슈퍼마켓(7.1%) 매출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은 각각 3.4%, 2.6% 감소했다. 백화점의 경우 의류 매출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올해는 몇 년간 누적된 소비심리 위축과 이상기온으로 인한 겨울 의류 판매 시기 지연 등으로 오프라인 패션·잡화 매출이 9.2% 감소했다. 온라인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해외 구매 증가로 인해 패션·의류 매출이 9.8% 줄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백화점은 실질적으로 존속 위기를 겪고 있다. 서울에서 랜드마크로 손꼽히는 대형 백화점은 매년 눈에 띄는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지방의 비효율 점포는 업황이 갈수록 나빠지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5% 줄어든 7293억원을 기록했고, 현대백화점도 2.1% 감소한 5683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만 같은 기간 1조6877억원의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 또한 연간 물가상승률이 2% 안팎임을 감안하면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재무 건전성 논란에 휘말렸던 롯데백화점은 빠르게 칼을 빼들었다. 매출 하위권인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검토하기 위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측에서는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현대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의 2배 이상인 32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점포 수가 많은 점은 전체 매출 견인에는 도움이 되지만, 점포당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매출이 부진한 점포를 중심으로 몸집을 줄여나갈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마산점의 영업을 종료하기도 했다. 아울러 롯데백화점은 2026년까지 본점·잠실·강남·인천·수원·동탄·광복·부산본점 등 8개 핵심 점포를 재단장해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점포별로 상권을 고려해 브랜드를 입점하고 식품관을 확대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이 국내 최단기간 매출 1조원 지점으로 등극한 후 백화점이라는 프레임에서 탈피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현대백화점을 리브랜딩해 관광·문화·예술·여가와 쇼핑을 융합한 국내 최초의 문화복합몰 더현대광주를 출점하고, 폐점설에 시달리던 부산점은 지역 특화 도심형 복합쇼핑몰 커넥트 현대로 재탄생 시켰다. 앞으로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의 이름을 벗고 더현대 글로벌을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도 매장 리뉴얼에 나섰다. 강남점, 대구점, 타임스퀘어점 등을 순차적으로 리모델링 하고 있으며, 강남점은 최근 디저트 전문관인 스위트파크와 백화점과 호텔을 결합한 콘셉트의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가 안정된다고 하더라도 누적 상승분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 위축은 빨리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백화점의 경우 고가 상품과 겨울 의류 판매량에 연간 매출이 영향을 받는만큼 빈자리를 메꿀 대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