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경영권 방어·상속세완화 등 종합검토 필요”
대한상의, 28일 밸류업‧지배구조 규제 관련 세미나 “‘주주 충실의무’ 입법례 드물어…기업 혼란 가중”
2025-11-28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를 위한 것’에서 ‘주주 이익을 위한 것’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가운데, 경영권방어수단 도입·상속세 완화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8일 상의회관에서 ‘밸류업과 지배구조 규제의 최근 논의와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단기주주 이익과 장기주주 이익 상충 시 분쟁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규정으로 기업 혼란을 가중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이사 충실의무의 해외 입법례와 국내법 적용’을 주제로 강연했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일본은 물론 영미법에서도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를 판례로 인정한 경우는 있어도 법에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고 소개했다. 곽 교수는 특히 ‘총주주의 이익’, ‘주주의 비례적 이익’, ‘주주를 공정(공평)하게 대할 의무’ 등이 개념적으로도 모호하고 이사의 구체적인 책임 범위와 행동지침을 제공하지도 못한다며 이처럼 불명확한 법 개정은 이사의 경영판단을 위축시켜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일본의 경우 1981년 상법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입하는 방안, 2014년 모회사 이사의 자회사 감독책임을 명문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으나 개념과 책임 범위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개정이 보류됐다”며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선언적 규정에 그친다 해도 판례 등으로 구체적 기준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크게 증대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번째로 발표한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또 다른 지배구조 규제안으로 논의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에 대해 “기업 활력 저해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일률적·경직적인 규제 도입보다는 그러한 제도가 기업가치 제고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도입여부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상법과 세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제를 유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만이 밸류업의 만능열쇠처럼 다뤄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지배구조 문제와 연관된 상속세 개선과 경영권 방어수단 보완,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한 사익편취 규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더 넓은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상법 개정안이 외국 투기자본이 단기차익을 실현한 후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해외투기펀드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고 대응여력도 부족한 만큼 충실의무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조치인지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