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에 또 판치는 ‘묻지마 테마주’
올해 들어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 총 137건 부진한 증시에 갈 곳 잃은 돈 테마주로 쏠려
2025-11-28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올해 한국 증시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 내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 지정 공시 건수는 지수가 상승 마감한 지난해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대체로 증시가 활황일 때, 테마주가 급등하며 위험 종목 지정이 늘어 나지만 올해는 통상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증권가는 증시 자금이 방향을 잃은 상황에서 돈이 테마주로 몰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닥시장 내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 지정 공시 건수는 총 137건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는 소수 계좌에 매매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투자위험을 고지한다.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에 걸쳐 지정한다. 투자경고 종목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할 때 지정된다. 지정 후 추가로 주가가 급등한다면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투자위험 종목은 지정 당일 거래가 정지된다. 코스닥시장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 지정 건수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216건, 165건을 기록했고 증시가 지지부진했던 2022년에는 95건에 불과했다. 코스닥은 현재 연초대비 20% 넘게 부러진 상황인데도, 코스닥지수가 상승 마감한 지난해(145건)와 투자경고·투자위험 지정 건수가 비슷한 수준이다. 통상 증시 활황의 경우 테마주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에 따르면 과거 개성공단 입주기업이었던 인디에프와 좋은 사람들은 27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 복수 인사들은 “정권 인수팀이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 같은 외교적 노력이 무력 충돌의 위험을 낮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주가가 들썩였다. 또 석공사업을 하는 일신석재는 트럼프 당선인 테마주로 분류된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했다는 점에서 테마주로 묶였지만 사실상 뚜렷한 연결고리는 알려진 바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기대감과 당선 후 대북 협상가 선정 소식에 각각 20% 넘게 치솟았다. 기술 이슈에 따른 테마주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초전도체주로 꼽히는 신성델타테크는 연초 이후 2개월 만에 세 배 넘게 급등, 주당 14만8400원까지 갔지만 이후 테마주 인기가 식자 이달 13일 연초보다 낮은 3만8550원으로 내려왔다. 지난 25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받자 이 대표 테마주로 꼽히는 코스닥 상장사 에이텍, 동신건설이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에이텍은 최대 주주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인연이 있었다는 점에서, 동신건설은 이 대표의 고향인 안동에 본사를 뒀다는 이유로 이 대표 테마주로 엮였다. 증권가는 지지부진한 증시 속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테마주가 널뛰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갈 곳 잃은 자금이 급등하는 테마주로 쏠리는 셈이다. 다만 이슈에 따라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은 급락의 리스크도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