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IT업계, 경영효율화로 보릿고개 넘는다
KT, 직원 3분의 1 수준 5700여명 재배치 NC, 12년만에 희망퇴직 진행 글로벌 불확실성 속 생존전략 '몸집 줄이기'
2025-11-28 안종열 기자
매일일보 = 안종열 기자 | 글로벌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IT업계가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희망퇴직을 받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선 반발도 나온다. '노조 불모지'로 불리던 카카오와 네이버에서 사상 최초로 '과반 노조'가 출범하며 인건비를 포함한 경영효율화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초까지 자회사 전출 및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약 57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재배치될 예정이다. 전체 직원 가운데 3분의 1 수준이다.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도 내달 2일부터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이는 김영섭 KT 대표의 '선택과 집중' 기조에 맞춘 경영효율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 경쟁력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12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희망퇴직과 분사 등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업계는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최대 6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날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4개의 자회사를 신설키로 결정했다. 카카오는 비 주력 사업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122개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143개) 20여개가 감소했다. 계열사 감소는 그룹 전사에 걸쳐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풀이된다.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의 '비용효율화' 전략을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고급 인력을 대거 고용함에도 불구하고 인건비를 축소한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38.2% 증가한 5253억원을 기록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용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어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군살빼기 작업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생존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된다. 효율적인 조직슬림화로 기술 경쟁력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비용 측면에서의 인력 구조 개편과 저수익 사업 합리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이 증대되면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희망퇴직과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효율화 등으로 노조가 불만을 표하면서다. 실제로 네이버 노조에 따르면 네이버 본사를 포함한 산하 6개 법인의 노조 가입률은 50%를 넘겼다. 사상 최초 '과반 노조' 타이틀 확보다. 카카오 노조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사측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과반을 넘으면 경영 결정에 대한 제동장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