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은 금리인하… “그래도 부동산 온기는 내년 하반기에나”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 앞둬 전문가 "대출규제 완화되지 않으면 금리인하 체감 어려워"

2025-11-28     이혜경 기자

매일일보 = 이혜경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0%로 인하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부동산 시장 침체는 오는 202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8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p 낮춘 연 3.00%로 결정했다. 지난달 피벗에 나선 이후 두 차례 연속 인하 결정으로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를 살려 경제 하강 속도를 늦추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금리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강력한 대출규제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과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대출규제를 강화해 왔다. 이러한 규제로 대출길이 막힌 실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서며 거래량이 감소했다.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 8월 6353건 △9월 2984건 △10월 2287건으로 지속 하락했다. 10월 매매량의 경우 9047건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7월 대비 74.7% 감소한 수치다. 서울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18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10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7.7로 전달보다 8.1p 내렸다. 서울과 함께 경기의 주택매매심리 지수도 111.2로 8.3p, 인천은 109.5로 6.6p 하락했다. 내달 2일부터 부동산 인기 지역인 수도권에 한해 디딤돌대출 한도가 최대 5500만원 축소되고 오는 2025년 7월 스트레스DSR 3단계가 적용된다면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디딤돌대출은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서민이 5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서민 정책금융 상품이다. 스트레스DSR 3단계는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신용대출·기타대출 전체에 적용되고 스트레스 금리는 1.5%p까지 늘어난다. 스트레스DSR 2단계가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만 0.75%p 적용된 것을 고려하면 훨씬 강력한 조치다. 이러한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이 필요하지 않은 이른바 현금부자들이 몰리는 강남·용산 등 상급지를 제외하고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심리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교수는 “금리가 인하되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출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시장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금리인하로 소비자들의 부담은 감소하겠지만 대출이 늘어나 부동산 시장에 후풍이 불기에는 어려우며 정부가 하반기 어떤 대출정책을 마련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이전에도 한차례 있었지만 대출상품들의 금리는 올라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을 못 하고 있다”라며 “중요한 것은 시중은행의 금리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다. 기대이상으로 금리인하가 이뤄진다면 소비자들이 관망하고 있는 상태에서 매수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12월 수도권의 디딤돌론 대출 등 여신규제가 강화되며 수도권 주택가격이 약보합을 보이고 거래량이 크게 꺾이자 부동산시장 불안보다는 경기둔화 우려에 방점을 찍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 랩장은 “올해는 겨울 계절적 비수기에 금융권 여신 태도도 보수적일 전망이라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주택 거래시장의 숨 고르기와 수요자 관망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연말 주택거래총량은 2023년 말 수준까지 감소하고 가격흐름도 보합 또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