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내 기업 옭아매는 ‘역차별’…규제형평성부터 맞춰야

티메프 사태에 플랫폼법·유통업법 화두 수익성 악화한 국내 e커머스 ‘첩첩산중’

2025-11-28     김혜나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들이 규제란 올가미에 가로막힐 위기에 처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법이 계속해서 화두에 올랐다.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플랫폼법은 정산주기를 법으로 정하고 판매대금을 제3의 금융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와 국회는 티메프 사태 이후 재발을 막고자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비롯한 거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업자’로 규정하고, 대금 정산 및 별도 관리 등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이커머스 정산주기를 20일 내로 제한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중개거래수익(매출액)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규모(판매금액)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는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20일 이내 직접 혹은 결제대행업체(PG사)가 관리하는 판매대금을 입점 사업자와 정산해야 한다.

벤처기업협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규제 도입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과는 무관한 섣부른 대응”이라며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은 물론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이커머스 산업에 진입하려는 벤처‧스타트업의 혁신 의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향후 정책 추진계획에서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독과점 플랫폼의 반경쟁행위에 대한 신속·효과적 대응’을 꼽으며, 이를 위한 입법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 논의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플랫폼 기업의 독점력 남용 및 불공정행위도 면밀히 감시·시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강한 반발은 지속되고 있다. 대금 정산 등의 의무가 신설되면, 자금력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규제로 인한 신생 이커머스의 성장 저해가 우려된다. 티메프 사태가 독과점 문제와는 거리가 멀어, 온라인 플랫폼 독점 문제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 애꿎은 국내 기업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와 C커머스의 희비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 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904만9679명으로 지난 9월 대비 3.4% 늘었다. 테무 역시 670만5544명으로 3.3% 증가했다.

해외여행객 및 해외직구도 늘었다. 한국은행의 ‘2024년 3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지난 7월~9월 거주자의 카드(신용·체크·직불) 해외 사용 금액은 57억1000만달러로 직전 분기(51억8000만달러)보다 10.1% 늘었다. 이는 사상 최대치로, 종전 최대치는 지난해 4분기 기록한 51억8500만달러였다.

특히, 중국은 해외 직접 구매액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3분기 해외 직접 구매액(직구)은 18.8% 늘어난 1조9106억원이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1조16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국내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은 이용자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3203만2351명으로 0.2% 하락했으며 G마켓은 528만5779명으로 0.3%, 옥션은 259만3720명으로 5.2% 감소했다. 유일하게 이용자가 늘어난 11번가는 744만7483명으로 0.9% 상승했다. 또한, 쿠팡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커머스들이 올해 3분기와 4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티메프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소비자를 보호할 안전망은 필요하나, 지금처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외국 제품의 소비가 느는 상황에 e커머스에 대한 규제마저 강화되면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e커머스에 ‘이중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뚜렷한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경우 규제로 인해 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복 또는 과잉 규제는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특히, 시장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기업들에게는 큰 걸림돌”이라며 “초기 기업은 자본금이 부족한 만큼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