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벌어진 韓美 금리차… 금융시장 외자이탈 방어 비상
한은, 28일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과 1.75%P 금리차 금리 인하 결정 날 외인, 코스피서 4920억원 순매도
2025-11-28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다시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기준금리를 인하, 양국의 금리차는 1.50%P에서 1.75%P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이탈 방어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한은은 28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전월 3.25%보다 0.25%P 인하한 3.00%로 결정했다.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피벗(긴축완화)을 실시한 이후 2개월 연속 금리를 내렸다. 이날 금리 인하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다시 1.75%P 확대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이하 연준)는 미국 대선 직전에 2번의 인하를 실시, 기준금리를 4.50~4.75%로 낮췄다. 향후 해당 격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고(高)환율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암울해진 성장 전망’에 기인한다. 이날 올해와 내년 성장률 추이를 하향 조정 발표한 것. 한은 발표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각 2.2%, 1.9%로 0.2%P씩 낮췄다. 특히 내년도 성장률은 1%대로 한은이 추산한 잠재 성장률(2%)보다도 낮다. 일각에서는 1%대 성장 전망률은 우리나라 경제가 내년에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한미 금리 격차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 이탈 가능성이 커진 점이다. 대표적으로 코스피에서 외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선지 오래됐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말까지 약 한 달간 외국인이 순매도를 기록한 거래일은 3거래일에 불과하다. 나머지 거래일에는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주식을 팔았다. 최근에는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발표된 28일 오후 현재 코스피에서 4920억원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이어진 순매수 추세다. 외국인들은 지난 25일에 768억원, 26일 676억원, 27일 3344억원의 코스피 주식을 팔았다. 매도 규모도 지난 13일(6281억원) 이후 가장 많다. 거래 추세뿐만 아니라 코스피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한 주식 비중도 연중 최저치인 점도 한미 금리차가 확대에 따른 외인 이탈 우려를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주식 시가총액은 637조4877억원(11월 15일 기준)으로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1973조5130억원)의 32.0%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로 해당 비중은 지난 7월 36%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트럼프 리스크를 반영하며 크게 조정받은 상황”이라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수요 둔화 우려도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며 “외국인 순매도는 전일에도 오후 매도 폭을 확대했으며 거래대금도 미미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깜짝’이라는 표현을 붙일 정도로 당초 예상과 다른 결과다. 금융권에서는 1400원대를 들럭날락하는 강달러 추세로 기준금리가 ‘동결’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증권업계 많은 관계자들도 기준금리 인하는 내년 2월쯤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결 전망이 우세했음에도 불구, 한은이 금리를 내린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경제 성장률 전망이 1%대에 들어가는 등 침체 우려가 커져서다. 여기에 미국 대선 결과를 한은이 잘못 평가한 영향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포워드 가이던스와 11월 금통위 결정이 어긋난 가장 큰 이유는 한은이 미국의 대선 결과를 잘못 예측한 영향이 커 보이며, 흔한 말로 ‘삑사리가 난 것’”이라며 ”미 대선 결과와 상하원 선거는 그만큼 불확실성이 컸던 이슈로 다행히 상황이 달라진 만큼, 당초 예상보다 결정을 달리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경제 상황만 놓고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맞는 상황인데, 지난달에 너무나도 강하게 ‘동결’로 몰아갔다”며 “안타깝게도 시장에서는 현재 한은의 얘기가 안 먹히는 상황으로 28일 예상 밖의 금리 인하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 시장에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