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의료비지원 2배 인상…최대 2000만원

중증 모자의료센터도 신설

2025-11-28     이현민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이현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저도 어머니께서 바쁜 직장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칠삭둥이로, 2.3kg 이른둥이로 태어나서 아이를 보는 마음이 더 각별하다"며 이른둥이의 출산, 치료, 양육 전 과정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의 신생아집중치료실을 방문했다. 지난 9월 국내 최초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다섯쌍둥이'가 입원 중인 곳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의 신생아집중치료실 방문은 최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다섯쌍둥이의 부모인 김준영씨·사공혜란씨 부부, 이른둥이로 태어난 세쌍둥이 모친인 정혜은씨 등과 마주앉아 이른둥이 맞춤형 지원 대책을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은 "엄마와 아기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겠다"며 산모와 신생아가 같이 진료받을 수 있는 '모자의료센터'를 각 권역에 단계별로 설치하고, 의료기관간 핫라인으로 연결된 '모자의료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중앙중증모자의료센터를 2개소 설치하고, 산모와 신생아의 위험도에 따라 1차 지역센터-2차 권역센터-3차 중앙중증센터가 역할을 분담하는 3단계 체제로 산모와 신생아 통합 치료 인프라를 강화할 방침이다. 중앙중증센터는 2025년 3월 가동을 목표로 조만간 지정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또 "이른둥이는 수개월 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여러 합병증을 치료받는 경우가 많아서 부담이 많이 되고 있는데, 현재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되는 의료비 지원 한도를 대폭 상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지원되는 의료비는 이른둥이 출생 체중에 따라 30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1kg 미만)인데, 이를 400만원에서 최고 2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체중 1kg 미만으로 태어난 다섯쌍둥이는 각각 2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현재 서울·부산 등 6개 광역단체에서 운영되고 있는 퇴원 이후 관리 전문 코디네이터 서비스를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고, 실제 출생일을 기준으로 산정돼 이른둥이 가정에 불이익이 생기는 방문 건강관리 지원 등 복지 서비스를 출산 예정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핵심 필수의료 분야인 소아·분만 보상 강화 방침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른둥이를 비롯한 신생아와 고위험 산모 집중 치료실에 대해 보상을 아주 강화하고, 1.5kg 미만 소아 대상 수술과 같은 고난도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수가를 인상해서 의료진에게도 힘을 실어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의료계의 건의사항도 이어졌다. 신생아중환자실 윤영아 교수는 간담회에서 "고난도 의료행위와 심층진료 분야에 젊고 유능한 의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생명을 다루는데 헌신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승규 서울성모병원장은 "현재 국내에서 고위험 산모를 다룰 수 있는 의사는 90여명에 불과해 최대 150명까지 늘리고 거점병원식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제안하며 "출산율도 떨어지는데다 소송에 따른 부담도 커 산부인과나 소아과를 기피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행위수가뿐만 아니라 정책수가를 더 지원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의료인들의 의료소송 부담을 줄이는 책임보험 제도 등에 대해 법무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가 논의 중"이라며 "의료개혁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고 그 중 핵심 중의 핵심이 여러분이 맡으신 분야"라고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까지는 중증수술 등 900여개 수가를 정상화하고 2027년까지는 저수가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수가 인상으로도 부족하면 재정 보전을 통해서라도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도 사후 브리핑에서 "올해 신생아집중치료실 입원료와 전문의 수가를 인상했고, 소아·신생아 대상 고난도 수술 281개 항목의 수가를 대폭 인상했다"며 "앞으로도 신생아집중치료실과 고위험 임산부 집중치료실, 그리고 신생아 대상 고난도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를 인상해 현장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다섯쌍둥이 아빠 김준영씨는 "저희와 같은 일반 직장인 부부는 아이들의 의료비를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나 걱정이 된다"며 "경제적 걱정이 탄생의 기쁨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경제적 걱정을 하지 않도록 정책을 지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구했다. 세쌍둥이 엄마 정혜은씨도 "3개월 일찍 연말에 태어난 저희 아이들은 1년이 차이 나는 또래 친구들과 생활을 함께 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다둥이를 임신한 경우 조산 위험 등으로 태아보험에 드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조규홍 장관에게 국가가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 장관은 "치료비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다둥이와 이른둥이에 대한 태아보험 등도 금융기관과 협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른둥이 부모들과 윤승규 서울성모병원장 등 의료진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 등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