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故 구하라 5주기, 구하라법의 의미와 과제
2025-12-01 최한결 기자
매일일보 = 최한결 기자 | 11월 24일, 고(故) 구하라의 5주기를 맞아 그녀의 비극적인 사건은 가족간 부양 책임과 상속 제도의 문제를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8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구하라법 개정안은 고(故) 구하라 사건에서 나타난 법적 허점을 보완하고자 제정된 법안이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부모가 자녀에 대해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그 자녀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기존 혈연 중심 상속 제도를 개선하고 가족 간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법적 변화다. 다만 구하라법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책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부양 의무 불이행을 입증하는 절차와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부모의 부양 의무 불이행을 법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은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학대나 방임을 증명하기 위해 피해자는 △경찰 신고 기록 △의료 기록 △학교 상담 내역 등 다양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추가적인 정서적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심리적으로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부양 의무의 범위가 경제적 지원에만 한정될 것인지 아니면 정서적·심리적 지원까지 포함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는 각 사례마다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을 높여 법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비용과 긴 시간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된다. 법의 취지와는 상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구하라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학대와 방임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대나 방임의 신고 기록·의료 기관의 기록 등을 자동으로 검토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부양 의무의 정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계와 법조계·사회복지 전문가들이 협력해 부양 의무와 그 책임 불이행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피해자를 위한 공적 지원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피해자는 소송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심리 상담·법률 자문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구하라법은 단순히 혈연 관계를 중심으로 한 상속 제도를 넘어서 책임과 윤리를 강조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시작점이다. 다만 이 법이 제대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완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피해자 보호에 대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