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대학 친구들, 팸테크 시장 리딩하는 이너시아
4명의 카이스트 여성 과학자가 설립한 여성용품 스타트업 “논문 잘 나오는 주제가 아니라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2025-12-01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학부 때부터 동문 수학하던 친구들이 모여서 우리가 세상의 어떤 문제를 풀 수 있을 지 고민하다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고른 것이 바로 생리대였습니다”
지난 11월 27일 충남 천안시 소재 소노벨 천안에서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개최한 2024 여성창업기업 네트워킹 및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다양한 사업 중에 왜 하필 창업 아이템으로 여성용품을 골랐냐는 질문에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는 앳된 얼굴로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너시아는 여성들의 일상에 기술을 더하는 팸테크 기업으로 4명의 카이스트 여성 과학자가 설립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김 대표는 이너시아의 시작에 대해 학부생 때부터 박사과정까지 함께한 동아리 친구들과 평범한 대화를 하던 중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그냥 논문을 쓰기 위해 하고 있는 연구가 아니냐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과학자를 꿈꾸던 ‘꿈돌이’ 키즈들이 정작 박사가 되어서는 꿈을 잃고 논문이 잘 나오는 주제를 골라서 연구를 하고, 이후에는 취직을 꿈꾸는 모습에 세상을 바꾸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김 대표와 친구들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본인들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문제점을 써내려 나가기 시작했다. 정리된 100여개의 문제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본인들이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선정한 아이템이 바로 여성 용품이었다. 하지만 처음 창업을 마음먹고 학교에 이야기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에 보편적인 기술기업이 많은데 왜 하필 여성 용품 관련 사업을 시작하는지 이해를 못했다고 한다. 반면 김 대표는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것에 집중했다. 여성용품은 이 넓은 세상에 절반이 사용하면서, 한번 사용하면 다 쓸 때까지 그 제품에 노출되고, 만족 시 재구매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석유화학유래 합생소재를 대체하는 천연 흡수소재 라보셀을 개발했다. 라보셀은 식물소재에 빛 에너지만 더해 완성한 핵심기술로 혈액만 효과적으로 흡수 및 응고시켜 여성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임상시험 후 다양한 장점을 확인했지만, 특히 불쾌한 냄새 없음이 100%가 나오면서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며 “알고보니 기저귀나 생리대의 불쾌한 냄새는 SAP와 분비물이 만나서 나는 것이지 분비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고가이 바이오소재를 사용하면 개선되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너시아의 유기농 순면생리대 더프리즘은 1팩 가격이 9800원으로 다른 여성 용품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 실제로 개발 직후 다른 회사에서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잠깐 쓰고 버리는 제품에 여자들이 얼마나 돈을 쓰겠냐는 말도 들었다”며 “하지만 이너시아는 만 2년만에 월 매출 10억을 달성했다. 이렇게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면 고객들이 가치를 알아준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고 강조했다. 여성용품 시장은 5년전인 2019년에는 약 5000억원 규모의 시장이었고 현재도 6000억원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크지도, 급격한 성장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대형 생리대 4사가 98%가량을 점유하던 과점 시장에서 최근에는 업계가 유기농 시장이 20%까지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이너시아는 여기서 희망을 봤다. 아울러 올해는 이노시톨 영양제를 출시해 여성용품 기업으로서 여성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제품을 모두 다루는 기업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에 지난 해부터 아마존 등 해외 마켓에서 러브콜이 쏟아졌고, 내년부터는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 확장을 바탕으로 10년 내 1000억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 발돋음하고 싶다”며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유통망을 확대하면 매출액의 단위가 변화하지 않을까 짐작한다. 생리대 회사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더 많은 기술 개발을 통해 브랜드를 출시하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