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업계 최고의 화두는 단연코 ‘게임 이용자의 권익 보호’일 것이다. 이사회를 변화시킨 것은 무엇보다 게이머들 그 자신이다. 이전에도 페이트 그랜드 오더, 마비노기 등 여러 게임 이용자가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거나 게임사에 찾아가 항의하는 등의 단체 행동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변화의 촉매제가 된 사안은 역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관련한 일련의 논란이다.
2021년 2월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발생하고 난 이후, 해당 게임의 이용자들은 트럭 시위를 비롯해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으로 엄청난 사회적 관심을 끌어모았는데, 비록 이후 유저 간 충돌 문제로 이와 같은 움직임이 사그라들긴 했지만, 이러한 행동이 붙여놓은 불씨는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나 ‘리니지’ 등 게임에서도 유저들의 집단 행동이 가시화 됐으며 한국게임이용자협회 등 범게임적·지속적으로 이용자 권익 옹호 활동을 위한 이용자 단체도 생겨났다.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국회였다.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의 범주에 게임이 포함됐으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진흥법)’이 개정돼 ‘소비자의 알 권리 및 선택권’ 보장의 차원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 의무’가 제도화됐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입증책임 전환’ 법리까지 논의되는 등 게임 이용자 관점에서의 제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부와 각 부처 또한 발 빠르게 나섰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게임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직접 강조한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위 메이플스토리 사건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사안으로는 역대 최다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마찬가지로 역대 최다 액과 최다 대상자로 기록에 남은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성립이 있었다.
지난달 28일 대법원은 한 이용자가 주식회사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에 관한 환불 소송에서 이용자의 손을 들어준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비로소 사법부 또한 게임 이용자의 소비자로서의 알 권리, 선택권 등에 대해 일부나마 인정해 준 것이라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유저들이 직접 ‘게임’에 대한 제도 변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집단 민원이나 국민동의청원 등의 의사 표명은 물론이고,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제2항 제3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의 청구인 참여자가 21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헌법재판소 설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헌법소원심판사건으로서,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이라는 조항의 내용이 표현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과, 문화예술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직업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골자로 하는데, 그 이면의 진의는 “게임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지 말고,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른 매체와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봐 달라”라는 게임 이용자의 간절한 호소라 할 수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2022년 호황기를 누린 이후, 급격한 위축에 직면했다. ‘위기일 수록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격언처럼 ‘돈버는 게임’이 아닌 ‘게이머들에게 사랑 받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나가야 하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블루 아카이브 사태’로 겪었던 파동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꾸준한 소통 노력이기에, 최근과 같은 변화의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K-게임의 재도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그리고 게임이 다른 문화 콘텐츠와 나란히 설 수 있도록 정치권과 업계, 학계 모두 게임 이용자를 게임 업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한 축으로 인식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 대한민국의 게임 발전을 도모해나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