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 잠자리 가로챈 공무원·기자…“잠이 오던가?”

국립남도국악원, 시설 제공 제안했지만 당국에서 정부 관계자 및 KBS 등에 제공

2014-05-09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 이선율 기자] 난민수용소를 방불케하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거주 여건 때문에 정부의 무신경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져왔는데, 진도 팽목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훨씬 쾌적한 여건의 거주시설을 정부와 관변 언론이 가로챈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립남도국악원은 사고 직후 기관장대책회의에서 연수관과 연습실 등의 시설을 실종자 가족들의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공식 제안했지만 정부는 이를 묵살하고 가족들 대신 정부요원과 KBS, KTV 취재진 등에게 제공했다.

현재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체육관은 사고 해역이 있는 진도 팽목항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유가족들의 이동에 불편이 많을 뿐 아니라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난방도 구비되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힘든 가족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켜왔다.

‘고발뉴스’가 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립남도국악원 숙소는 안전행정부와 교육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와 경찰 기동대 그리고 한국방송공사(KBS) 및 KTV 국민방송(대한뉴스의 현 이름) 관계자 등이 이용해왔다.

사태발생 초기, 국립남도국악원 측은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자신들의 시설에 수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 내부 준비를 마치고 해당 기간 계획돼 있던 공연사업과 체험사업, 연수 등을 모두 취소시켰다.

국립남도국악원은 6인실은 12개, 8인실은 3개 등 총 15개실이 있는 B동에 90여명을 수용할 수 있어 실종자 가족들의 숙소로 공식 제안했다.

국악원 관계자는 “4월 19일 사고발생에 대해 진도군청 및 각계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 원장님이 실종자 가족 숙소제공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월호 실종자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저희 측에서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숙박을 제공하겠다고 했다”며 “사고대책본부 판단하에 숙박제공을 했을 거라 보고, 그분들의 판단 하에 (저희 시설이) 이용되고 있을거라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