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째서 민주주의는 남성의 전유물이 되었나? 컴북스이론총서 『캐럴 페이트먼』

2024-12-02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교과서적 해석에 따르면 사회계약론은 ‘모든 시민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근대 민주주의를 정초했다. 캐럴 페이트먼은 이러한 해석에서 그간 간과돼 온 측면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계약의 주체는 과연 누구였고, 이때 ‘여성’은 어느 위치에 놓여 있었는가?

이 책은 근대 민주주의의 은폐된 토대를 밝히고 페미니즘의 이론적 지평을 넓힌 페이트먼의 사상을 담았다. 루소·로크·홉스 등 초기 계약이론가들의 사상을 새롭게 독해하고, 남성은 주체가 되고 여성은 대상이 되는 사회계약 속 ‘성적 계약’의 내용과 그 영향을 해설하며, 오늘날 전 세계적 화두인 ‘동의’ 개념과 ‘기본소득’ 논의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탐구한다. 어떻게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데 심대하고 포괄적으로 기여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캐럴 페이트먼(Carole Pateman, 1940∼ )은 페미니스트 정치 이론을 대표하는 학자다.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미국·호주·유럽 각국의 대학에서 활동했으며,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정치학 교수를 지냈다. 민주주의 이론을 천착하면서 근대 계약이론을 재해석한 ≪성적 계약≫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을 통해 근대 민주주의의 탄생 신화라 할 수 있는 사회계약에 성에 대한 계약이 은폐되어 있으며, ‘부친 살해’ 후 여성에게 성적으로 접근할 남성의 권리가 시민권의 기원이 되었음을 밝혀냈다. 여성과 시민권, ‘울스턴크래프트의 딜레마’, 강간과 동의에 관한 논문을 저술했고, 2006년 이후에는 인종 계약과 백인우월주의, 기본소득 등 새로운 주제로 관심을 확장했다. 이들 저술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심대하고 포괄적인 도전으로서 페미니즘의 이론적 지평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지은이 황정미는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이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페이트먼의 이론을 소개하고 페미니즘에서의 함의와 쟁점을 다루는 논문 “캐롤 페이트만: 계약의 신화에 맞서는 페미니즘의 ‘빅 픽처(big-picture)’”(2019), “캐롤 페이트만과 탈가부장제의 정치적 상상력”(2002)을 발표했다. 여성의 시민권에 초점을 두고 이주와 정책, 정체성에 관한 연구들을 발표했다. 공저로는 ≪경계를 넘는 한인들: 이주, 젠더, 세대와 귀속의 정치≫(2021), 주요 논문으로는 “육아 휴직 이후 무슨 일이 있었을까?”(공저, 2021), “젠더 관점에서 본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017), “결혼이주여성의 가정폭력 피해에 대한 재고찰”(201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