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과서 배포… 교육현장 혼란
교사 준비 기간 부족·학생 문해력 저하 우려 커
2025-12-02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AI 디지털교과서가 내년 3월 신학기 도입을 앞둔 가운데 교사들은 준비 기간 부족을 호소하고 학부모는 자녀의 문해력 저하를 우려하는 등 여전히 교육현장 혼란이 큰 모양새다.
2일 교육부는 지난 29일 심사를 마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실물을 교육현장에 배포했다. 학교는 교육부가 배포한 76종의 전시본을 살펴본 뒤 이를 채택하는 절차를 거친다. 채택한 AI 디지털교과서는 오는 2025년 3월 신학기부터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란 기존 교과 내용(서책형 교과서)에 △용어사전 △멀티미디어 자료 △실감형 콘텐츠 △평가문항 △보충 심화학습 등 학습자료와 학습 지원·관리 기능을 추가한 교과서다. 서비스 대상은 초·중·고 학생과 교사로 우선 영어와 수학 및 정보 교과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할 예정이다.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약 3개월 앞둔 가운데 전문가들은 촉박한 일정과 교육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민재식 교사노조 교섭실장은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해 현장 혼란이 크다”며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할지 말지에 대한 논의부터 이뤄져야 하는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등장할 때 강조한 ‘교육 격차 해소’를 확인하기 위해선 교사 역량과 기기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이면 자칫 AI 디지털교과서의 교육 격차 해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실제 학원가에선 성적 부진 학생을 한데 모아 디지털 기기가 아닌 소수 그룹으로 묶어 가르치는 충”이라며 “학원에서 경험한 실패가 학교에서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광주(경기)시 30대 고등학교 교사 A도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두고 주장한 교육 격차 해소는 사실상 허상에 가깝다”며 “당장 이를 증명할 도입 사례 등도 부족한데 어떻게 교육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고 내년이라고 해도 고작 3개월(3월 1학기 도입 예정) 남아 커리큘럼을 어떻게 짜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우려했다. 내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B는 “이미 우리가 기존에 경험한 판서가 아닌 모니터 등을 활용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곳도 많아 디지털교과서 사용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며 “다만 이를 너무 갑자기 밀어붙이려 하는 게 불만이며 당장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본격적인 수능 준비 절차에 들어가는데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고 내년과 내후년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학생 문해력 저하를 우려해 국어 과목 도입을 배제하고 사회·과학은 과목 특성을 고려해 도입 시기를 1년 미뤘지만, 여전히 학부모와 관계자 사이에선 거부감이 크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C는 “이미 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전자기기를 나눠주며 교육에 활용했지만, 아이들은 게임이나 SNS에 접속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중”이라며 “아무리 교육부가 유튜브 등 사이트 접속을 막겠다고 하지만, 이미 VPN(우회 프로그램) 등을 활용할 줄 아는 똑똑한 학생들을 다 막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AI 디지털교과서 중단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무리 국어 과목을 제외하더라도 문해력 논란은 종식되지 않는다”며 “문해력이란 국어뿐만 아니라 전 교과 학습에 적용되는 사항으로 단순히 글을 읽고 말하는 것만이 아닌 교과별 문제 상황이나 배경 및 개념과 관념에 대한 해석 역량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전자기기 사용을 의무화한 핀란드나 스웨덴에서도 문해력 저하 문제가 심각해지자 다시 아날로그(기존 교과서·펜) 방식으로 회귀했다”며 “교육부는 이러한 사례를 귀담아듣고 지금이라도 디지털교육정책을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