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디지털교과서 문제, 해외도 한국만 쳐다봐

디지털 교육자 훈련과 대책 마련으로 반대 의견 해소 필요

2025-12-02     최한결 기자

매일일보 = 최한결 기자  |  선진국들은 문해력 문제 등을 이유로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의 수업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은 디지털교과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한국에선 오는 2026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교육부는 맞춤형 학습을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1월 29일 발표한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심사 결과와 도입 로드맵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국어와 실과 과목을 제외하고 초중등 사회·과학 과목의 도입을 1년 미뤘다. 이로 인해 업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반면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아동·청소년의 학습과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로 일부 학부모 단체가 사용 시간 제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의 전면 도입 후 일부 철회 사례도 있었다. 스웨덴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했지만 6세 미만 아동이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이를 중단했다. 이는 디지털 기기가 △아동의 사고력 △집중력 △문해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에 따른 결정이다. 여기에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유아 대상 디지털 교육을 거의 중단하고 종이책을 선회하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학습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선 사고력 향상에 대한 확실한 증거 부족과 문해력 저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OECD는 지난 2015년 IT기기가 학습자의 역량(성취도)을 강화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AI 교과서 도입에서 중요한 것은 선점보다는 학습자의 발달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AI 교과서 도입은 학습자의 정신적·신체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AI 교과서는 학생별로 학습 맞춤형 진도 조절 등을 제공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기술 발전과 함께 학생들의 창의력·비판적 사고·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등을 고려한 교육 내용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교육부에서 국어 과목과 일부 실기 과목의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취소되거나 연기 됐지만 2028년 전면 도입 계획은 변경되지 않았다"며 "이런 부분도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려는 해외에서는 한국의 AI 교과서 도입 사례를 참고해 성공적인 부분은 따르고 실패한 부분은 보완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부모들은 최근 들어 자녀 교육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이 불안감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서둘지 말라는 여론과 함께 국회의 법률 개정안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자 훈련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해외에 긍정적인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