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맨손으로 45분간 붙들어 목숨 구한 소방영웅, 국민의 희망이자 미래다

2025-12-02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매일일보  |  전대미문(前代未聞) 그야말로 미증유(未曾有)의 117년 만에 쏟아진 11월 폭설로 5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눈길 교통사고로 11m 높이 교량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한 운전자를 맨손으로 45분간 놓지 않고 붙들어 목숨을 구한 파천황(破天荒)의 기적을 일군 소방관 소식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제 한파에 답답하고 힘든 국민 마음에 큰 울림을 주고 침울한 국민 가슴에 잔잔한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오전 9시 29분쯤 경북 안동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풍산대교에서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미끄러져 난간에 충돌했다. 60대 운전자의 하반신이 교량 난간 밖으로 튕겨 나가 추락 직전의 아찔한 상황이었다. 처음엔 차량 내부에 이불이 쌓여 있어 운전자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치워 보니 상체만 겨우 운전석에 걸려 있는 위기일발(危機一髮)의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를 최초로 발견해 교량 난간 아래로 손을 뻗어 겨우 운전자 손만 쥐어 잡고 버틴 소방영웅이 있어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미래로 칭송되고 있다. 유독 물기를 머금은 ‘습설(濕雪)’로 마른 건조한 ‘건설(乾雪)’에 비해 3배나 더 무거워 나무가 꺾이고 건물이 붕괴하고 시설물이 낙하하는 이번 눈 폭탄을 보며 폭설이 내릴 때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꺾이는 메아리가 울려 올 때 잠을 이룰 수가 없다”라고 읊조린 법정(본명 박재철) 스님의 수필 ‘설해목(雪害木)’을 생각했는데, 이문열 작가님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장편소설을 떠올리기 전 ‘추락하는 목숨에 소방관의 손이 구했음’을 가슴은 읽게 한다. 바로 경상북도 안동소방서 풍산119안전센터 구급대원 박준현(34) 소방교의 ‘생명을 살리는 마이더스(Midas)의 손(그리스 신화에서는 황금으로 바뀌는 부정적 의미였지만 오늘날은 실패를 모르고 성공하는 의미로 사용)’이다. 사고현장에는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박준현 소방교(34)와 동료 대원들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박준현 소방교는 “하체는 트레일러 머리 부분에서 빠져나갔고 상체만 운전석에 걸쳐 있는 상태였다”라며 “운전자를 보자마자 위험하다는 생각에 손부터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15분 뒤 구조대 본대가 도착했지만, “혹시 모를 추락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다른 대원과 교대하지 않고 계속 운전자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라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밧줄로 운전기사의 팔을 휘감아 다른 구조대원 2명과도 연결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런 상태로 박준현 소방교와 운전자가 계속 두 손을 맞잡고 버티고 있었다니 구조대 모두의 활약상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체 일부가 교량 아래로 떨어지고, 운전자 몸이 땅바닥 쪽으로 내려가는 공포 상황에서 운전자는 발버둥을 쳤고 크게 동요했다. 또 다친 운전자가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으나 박준현 소방교는 “무조건 구해주겠다”라고 온 힘을 다해 운전자를 달래고 안정시켰다. 곧이어 교량 아래 국도에 에어매트가 펼쳐지고 굴절차가 도착해 안전하게 구조했다. 2021년 10월 24일(현지 시각)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인근에 있는 12층짜리 아파트 붕괴 사고로 10월 25일 오전 10시 현재 4명이 사망하고 159명이 실종된 붕괴 현장을 찾은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구조대원들의 희생을 높이 평가하며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약간의 소방관을 더 만들었다”라는 속담을 소개했다. 자신을 내던져 사회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공직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수시로 급변하는 수직 고층화, 지하공간의 벌집화를 이룬 지하 심층화, 재난 규모의 대형화, 재난 양상의 다양화, 재난 구조의 복합화로 소방관의 활동 영역은 온통 지뢰밭이다. 일터가 사지(死地)가 될지도 모르는 영웅들의 숙명이자 현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방관들은 국민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사선을 넘나드는 생사의 갈림길 최일선에서 그 현장이 소방대원 주검의 자리가 될지도 모르지만, 초개와 같이 몸을 던지는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구조처럼 좁고 위험한 공간에서, 눈이 내리고 손이 얼어붙는 악(惡)조건에서 사투(死鬪)를 벌이며 분투(奮鬪)하기 마련이다. 소방관의 숙명이자 국가의 준엄한 명령이기 때문이다. 세 아들을 둔 박준현 소방교는 “아이가 ‘자랑스럽고 용감한 아빠’라고 말했다”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극한적 위험과 두려움을 오직 책임감으로 이겨낸 사회적 의표이자 국민적 표상이 그저 일회성 칭찬과 격려로 그쳐선 안 될 일이다. 소방청이 올해 7월 발간한 ‘2024 소방청 통계연보’의 ‘연도별 소방공무원 순직 공상자 현황(2014~2023)’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40명이나 순직하고 7,927명이나 공상을 당해 무려 7,967명이나 숨지거나 다쳤다. 정부는 열악한 처우 개선과 현장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3조 3교대 근무로 경찰의 4조 3교대 근무는 ‘언감생심(焉敢生心 │ 감히 바랄 수도 없음)’이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하루 24시간을 소방은 3명이 경찰은 4명이 나눠 맡는 셈이다. 업무의 특성상 적절한 비교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소방공무원은 2022년 6만 7,000명으로 1인당 담당하는 주민 수 780명으로 경찰 1인당 담당하는 주민 수는 393명보다 1.98배 많다. 소방의 인력 확충이 시급한 실정을 방증(傍證)하기에 충분하다. 목숨 걸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제복 영웅들의 헌신에 존경과 찬사를 보내며, 박준현 소방교의 앞날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 그리고 화강암보다 견고한 공직생활을 국민과 함께하길 바라며 구조된 운전자분의 빠른 쾌유와 조속한 회복을 기원드린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