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野 '단독 예산안' 상정 연기···"10일까지 협의"
우 의장 "현재로서는 국민께 희망 드리기 어려워" 3년 연속 지각처리 현실화···10일 합의도 '미지수'
2025-12-02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 민주당이 주도한 '감액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자 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의 '연기 방침'에 막혔다. 우 의장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늘 10일까지 여야가 합의해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여야 정당에 엄중히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677조4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감액한 4조1000억원에는 예비비 2조4000억 원과 대통령 비서실·검찰·감사원·경찰청 특별활동비 전액 삭감이 포함됐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예결위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 수정안을 처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데, 민주당은 해당 예산안을 이날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고자 했다. 여야 합의 없는 감액 예산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 또한 전례가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예산안 관련 추가 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우 의장이 법정시한을 넘기면서까지 여야에 추가 협상 시한을 준 것은, 예산안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다. 예산안은 법률안과 달리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만큼, 우 의장 결단에 따라 이날 통과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우 의장은 이날 예산안 상정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민생과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희망을 품는 예산을 만들 책임이 국회에 있다"며 "법정기한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이는 막중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진지하고 성의 있는 논의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인 만큼 합의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정부를 향해서도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충실히 뒷받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자성과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안 확정이 늦어지면 책임과 부담은 국정 운영의 주체인 정부에 가장 크게 돌아간다"며 "설명이든, 설득이든 필요한 모든 걸 하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야가 우 의장이 예산안 처리 시한으로 못 박은 오는 10일까지 극적 타결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 의장이 예산안 부의 연기를 발표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날짜와 관계없이 민주당의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우선"이라며 "그게 아니면 10일이 아니라 20일이라도 어떤 협상에도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우 의장 결정에 대해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지키고자 했던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올해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 내 이뤄지지 못하면서, 국회와 정부는 "3년 연속 예산안을 지각 처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 정부 들어 예산안이 한 번도 제때 처리되지 못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22년에는 12월 24일 예산안이 여야 합의 처리 되면서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을 썼고, 지난해에도 법정시한을 크게 넘긴 12월 21일 예산안이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