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안 '끝장 대치'...시급 경제·민생법안들 '낙동강 오리알' 신세

AI기본법·단통법 폐지·반도체특별법 등 정쟁에 국회 처리 '난망' 여야 2+2 회동서 합의된 '시급 처리' 법안들도 상임위 표류 중

2025-12-03     정두현 기자
2일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여야 정치권이 초유의 감사원장, 검사 줄탄핵과 예산안 처리 불발에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민생법안 상당수가 국회에 계류된 실정이다. 진영 논리에 방점을 둔 '민생 뒷전' 의회 정치에 국민적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2일)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중재로 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날 보고돼 오는 4일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날 최대 쟁점이었던 예산안 처리 보류로 임시 소강기를 맞은 여야는 사전 합의된 민생법안 처리에 나섰다.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의료법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 국민연금법 개정안,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의료법 개정안의 경우 임신 32주 이내 임산부와 그 배우자에게 태아 성별을 고지토록 한 게 골자로,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기존 규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데 따라 입법 급물살을 탔다. 이혼 유책 배우자에 대한 연금분할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국민연금법도 처리됐다. 관련 법이 시행되면 이혼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나 실질적 혼인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이혼 배우자에게 국민연금을 분할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2016년 12월 이후 이혼 세대에도 소급 적용된다.   그러나 여야가 예산안, 탄핵 등 최대 쟁점을 놓고 '치킨 게임'에 매몰된 사이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민생법안들도 여전히 수두룩하다. 단통법 폐지법안, AI(인공지능) 기본법, 반도체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정보통신 및 유통업계 핵심 쟁점인 단통법 폐지안과 AI 기본법의 경우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넘어 법사위 심사에 돌입했으나, 여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공전 중이다. 이들 법안은 당초 지난달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었으나, 여야 정쟁에 법사위 회의가 잇따라 파행하면서 이달로 심사 일정이 순연됐다. 법사위에 따르면 여야 간사가 후속 회의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산업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반도체특별법도 산자위에서 발이 묶인 상황이다. 산자위 법안심사소위는 현재 반도체 분야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산자위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오는 9일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양당 입장이 너무 달라서 합의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결국 여야 간사 간 합의가 관건인데, 2차 소위에서 합의점이 도출되면 연내 처리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회동으로 우선 처리가 합의된 법안들마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예금자보호법, 위기청년지원법, 대부업법, 건축법, 군인·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 등은 여야가 '비쟁점 법안'으로 지목하며 우선 처리키로 했던 법안들이지만 12월 정기국회에서도 처리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중 관할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 심사에 돌입한 법안은 재해보상법 개정안 하나에 불과하다. 나머지 법안들은 모두 각 상임위에 묶인 상태다. 특히 대부업법의 경우 정무위원회 소위에서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기준 요건 상향은 합의됐으나, 연 20% 법정최고이자 초과 계약의 무효화에서 여야 의견이 갈리면서 이날(3일) 추가 소위로 연장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지난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던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해상풍력발전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 특별법 등 에너진 분야 법안들도 산자위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실정이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 예비비 등이 대폭 삭감된 야당의 예산 감액안 처리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야당의 예산 감액은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내년도 예산안이 하루라도 빨리 여야 간 합의를 거쳐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고 야당에 예산안 협력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