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출산, ‘단발성 현금 지원’ 아닌 종합대책 마련해야

정부 6월 저출산대책 어느 정도 효과 전문가 "안심 일러, 집값 안정·근무시간 조정 등 必"

2025-12-03     김승현 기자
저출산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저출산 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기존 단발적인 현금 지원 등에서 벗어나 가임연령 가구 자가점유율을 높이고 근무시간을 조정해 육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약 0.74명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0.72명 대비 소폭 상승한 수치이나, OECD 가입국 중 여전히 최하위 수준이다. 앞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6월 151개에 달하는 저출산 대응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육아휴직 급여 최대 월 250만원까지 인상 △단기 육아휴직 제도 도입 △출산 가구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 혜택 제공 등이다. 인구정책 관리를 위한 ‘인구전략기획부’도 신설해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한 바 있다. 이같은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모양새다. 통계청이 올해 예측한 출산율(0.68명)을 뛰어넘는 합계출산율이 발표된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도 유사한 예상치를 내놨다. 지난 11월 발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74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그간 미뤘던 결혼이나 출산이 회복세로 돌아섰고 이러한 추세는 오는 2028년까지 완만히 오를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사이 출생아 수는 2만 명을 넘겼다. 같은 기간 혼인 건수는 1만75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0% 늘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2030 미혼청년을 비롯해 △신혼·무자녀 부부 △난임부부 △1자녀 부부 △2자녀 부부 등 200여명이 속한 국민WE원회 저출생 대책 평가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정부 대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75.5%에 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저출산인 상황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앞서 정부가 펼쳤던 정책은 ‘합계 출산율 저하’라는 현상에만 집착해 근본적인 문제 원인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저출산 주요 원인으로 꼽힌 집값이나 양육비 등 목돈이 들어가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현금만 산발적으로 지원해 지난 2006년부터 약 380조원을 쓰고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앞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향후 강화해야 할 분야에 대한 응답 중 일·가정 양립(28.5%) 등이 꼽혔다. 신혼출산가구 주거 지원(15%)을 비롯해 결혼 지원(14.5%) 및 양육부담 완화(14.5%)와 영유아 돌봄 지원(10%) 등도 언급됐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출산율 상승을 계기로 정부와 사회는 지속 가능한 인구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출산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며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여러 연구를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 저출산 원인은 높은 집값과 양육 및 사교육비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여성에게 집중된 육아 부담이나 야근 등 문제는 근무 제도를 조정하면 재정 투입 없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주택가격이 2배 상승할 때 무주택자 결혼 가능성은 4.1%에서 최대 5.7%까지 줄어든다”며 “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출산 직후에 집중된 지원 범위를 양육 과정 전반을 아우를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주거비 부담 비중이 높고 주택가격 상승폭도 큰 수도권에서 불안정한 주거상태는 저출산 현상을 심화하는 요인”이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주택가격 안정과 더불어 다양한 정책적 지원으로 가임연령 가구의 자가점유율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