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안 철회" vs "지역화폐 증액"···여야 예산안 신경전 '팽팽'
與, 정부 예비비·사정기관 특활비 등 복원 주장 野, 증액안 압박···10일 예산 '단독 처리' 가능성
2025-12-03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한 치의 양보 없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예비비와 사정기관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한 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감액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여당의 증액안 제출'을 촉구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2025년도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세부 예산안 증·감액을 놓고는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먼저,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 최대한 가깝게 예산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원회에서 예비비 2조4000억원과 대통령비서실·검찰·감사원·경찰청 특활비 전액 삭감이 반영된 '야당 단독 감액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민생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예결위에서 야당 주도로 삭감된 민생 관련 예산은 전공의 지원예산(약 931억), 돌봄수당(약384억), 혁신성장펀드(약 238억), 대학생 근로장학금 지원(약 83억), 청년 일경험 예산(약 46억) 등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우리가 주도한 AI 기본법에는 적극 동의했지만, AI 생태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소형 모듈 원자로 관련 R&D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며 민주당의 무차별 감액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안 철회와 사과 없이는 예산안 추가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예산안 관련 '강경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당과는 사뭇 기조가 다르다. 사정기관 특활비 대폭 삭감 등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증액안을 마련해 온다면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한 6대 민생 미래 예산에 대한 증액을 끝까지 거부한 것은 정부다. 지역화폐, 고교무상교육, AI(인공지능) 관련 예산 등 민생 예산에 하나같이 반대해 왔다"며 "정부가 민생 예산 증액에 동의하지 않으니까 부득불 예결위가 감액 예산안을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에 거듭 촉구한다.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기에 앞서 민생 회복을 위한 정부 여당의 증액안부터 먼저 제시하라"며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예산 증액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증액 우선순위 리스트 가장 앞에는 '이재명표 정책'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예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편성했지만,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야당 주도로 2조원 증액해 의결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줄기차게 지역화폐 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에서 "골목상권과 도소매업, 중소기업과 내수까지 살리는 유일한 해결책은 역시나 지역화폐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민생 예산을 살리겠다는 것이 진심이라면 지역사랑상품권 증액에 동의하라"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예산안 합의가 불발될 경우 우원식 국회의장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10일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정부·여당의 '예산안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읽힌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0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