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은 알겠는데 실버존…그게 뭡니까?

[매일일보 이병우 기자] 안양시 노인복지문화회관 앞 도로는 노인보호구역이다. 길이 50m 폭 9m의 도로는 학생보호구역인 ‘스쿨존’과 같이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시에서 지정한 보호구역이다.

이면도로에서 시행중인 ‘실버존’은 현재 속도제한, 주정차금지 구역이지만 시민들이 제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다 보니 실제로 이들 지역에서는 규정이 ‘유명무실’하다.

지난 9일 오후 4시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 5동 노인복지회관 앞은 ‘실버존’ 지역이 무색할 만큼 도로 한쪽에 주차된 차량이 즐비했다.

복지회관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이 도로는 실버존이라 주차 금지”라며 “대다수 주민들이 무슨 제도인지 조차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일방통행지역’ 임에도 주차를 하기 위해 양방향에서 차가 들어와 혼잡, 노인들이 피해야 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노인 관련 교통자고수를 줄이고, 더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제도를 도입했다지만 지자체의 방관과 무관심도 이 제도의 효용성을 줄게하는 데 한 몫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3년 우리나라 노인(65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보행사망자 수 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3명)의 5배 이상 높다.

안양시는 관내 스쿨존을 수 십개 운용하는 반면,  실버존의 경우 만안노인복지회관 앞과 동안노인복지회관 앞, 호계노인복지회관 앞 등 3 곳만 운용하고 있다.

안양시청 관계자는 “노인보호구역을 어디 부서에서 관할하는 지조차 헷갈린다. 전화를 어디로 돌려드려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실토했다.

정부와 시민들의 노인 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복지회관을 방문한 한 할머니는 “실버존이라는 게 시행되고 나서부터는 예전보단 통행하는 게 좋아졌지만 노인관련 법은 청소년관련 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복지회관 한 관계자도 “우리 회관 노인회원이 4000명 정도의 인원이고, 많은 노인들이 이 도로를 다니는 만큼 실버존을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2010년에는 25도로 기울어진 도로에 눈이 쌓여 이곳에서 노인들의 낙상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시에서는 미끄럼 방지용 소재로 도로를 재포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