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과잉생산 독려 나선 中 스노우볼…韓 경제 회복 둔화 우려
中 올해 GDP 정부 목표 하회 예상…중국 정부, 제조업 설비투자 독려 美·EU, 중국 과잉생산 지적…저가 밀어내기 상품 한국 수출 시장 침투
2024-12-08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중국 정부가 과잉생산을 독려하며 저가 밀어내기 수출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에 적신호가 켜졌다.
8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내수경기 둔화 장기화에 민간소비를 촉진하고 제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내수 부양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33조291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하며, 2023년 1분기(4.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4분기 성장률이 5%를 상회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가 목표한 연간 성장률 5% 안팎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는 부동산 경기 등 내수 침체 장기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며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돼 중국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3월 중국 정부는 민간 소비와 투자 촉진을 위해 ‘대규모 설비갱신과 구형 소비재 교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설비갱신은 철강, 석유화학, 기계, 건자재, 경공업 등 11개 중점 산업에서 첨단화, 지능화, 저탄소화를 위한 설비교체 및 기술개선을 통해 노후설비를 도태시키거나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조세, 금융, 토지, 연구개발 등 분야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 중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제조업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올해 2분기 이후 고정자산 투자 중 확장투자 및 설비구매 투자가 급증하는 형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결과 공급 과잉 우려에도 반도체,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 등 글로벌 과잉 생산 우려가 큰 품목들의 생산이 크게 늘고 있으며, 수출가격지수는 약 7%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잉생산이 저가 밀어내기 수출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저가 밀어내기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요국들과의 통상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국의 과잉설비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문제이며, 시장의 자연적인 작용에 따라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리 기업들도 수입 및 수출시장에서 중국제품과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은 이미 중국 저가 밀어내기 수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품목 중 다수가 국내 수출 주력 품목과 중복돼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철강 등은 중국 수출 단가가 한국 제품의 30~70% 수준에 불과해 국내 수출 경쟁력에 타격이 크다. 실제 올해 경쟁품목에서 중국 수출 점유율은 대폭 상승한 반면, 한국 수출 점유율은 정체 또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EU 등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자 중국 상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저가 밀어내기 상품이 다른 국가로 흘러 들어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수출 기업들이 중국의 저가 상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미 우리 수출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2228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8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7.6%가 중국제품의 저가 수출로 매출 및 수주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저가공세 피해는 국내 내수시장 보다 해외 수출시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수출기업의 37.6%는 이미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저가 밀어내기는 이미 상당히 진행돼 왔다”며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중국은 과잉 생산된 상품을 판매할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