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의약품 부족 몸살… '영업정지·中의존' 부작용 심화
韓제약사회, 일본과 같은 문제 직면… “반면교사 삼아야”
2024-12-08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일본 사회가 의약품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도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만큼,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보건산업원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지서 의약품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제약회사에 생산량 증대를 요청하고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부족한 의약품으로는 기침억제제, 거담, 항생제, 당뇨병치료제, 항우울제, 고혈압치료제 등 다양한 품목이 포함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 전체 의약품의 10.1%가 출하 제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엔 전체 의약품의 23%에 해당하는 3906개 의약품이 재고가 없거나 제한된 공급을 하고 있으며, 이 중 2589개(66%)가 제네릭의약품에 해당된다. 이는 고질적인 의약품 부족 현상을 앓는 미국보다도 높은 수치다. 미국 FDA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94개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의약품 부족의 주요 원인은 △품질 기준 미달 의약품 발생 △COVID=19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변화 △제네릭의약품 장려 정책 △높은 중소기업 비율 등이 지적된다. 의약품 품질 미달 문제는 2021년 일본의 10개 제약기업 이상이 수면유도제 혼입, 시험 결과 조작 등의 품질 문제를 일으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일이다. 타 제약기업들이 해당 의약품의 생산을 증대하는데 시간이 소요돼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엔 이미 일본 내 코로나19 영향이 감소했으나, 호흡기융합바이러스(RSC), 인플루엔자 등의 각종 감염병이 크게 확산되면서 기침억제제와 거담제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편향적 글로벌 공급망도 의약품 부족에 한몫한다. 일본 또한 중국에 대한 원료의약품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항생제 등의 필수의약품 원료에 대한 탈중국 정책을 추진하고, 자국 생산을 위해 2023년 550억엔(약 520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 단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일본의 제네릭의약품 판매 비중은 약 80%로, 15년 전 35%보다 급격히 높아졌으며 제네릭의약품 생산 업체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이 51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한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약가를 계속 낮추면서 기업들이 수익성이 떨어진 제품에 대한 생산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는 단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도 유사한 문제에 처해 있다. 엔데믹 이후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자, 국내서도 인구 밀집 지역 약국에선 해열진통제 등 가정상비약 수급 부족을 겪었다. 당시 정부는 제약사들에게 생산 증대를 요청했는데, 제약사들은 약가사용량연동제와 불안정한 수요로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생산 증대 과정에서 일부 제약사의 품질 미달 사례가 적발됐는데, 정부가 생산 중단 조치를 내린 바람에 의약품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또 지나친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사의 복제약 사업 의지를 꺾는 결과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국내 제약사들도 원료의약품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보건산업백서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D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값싼 의약품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나친 약가 인하 규제는 결국 제약사들의 생산 의욕을 꺾는다. 제약사는 오히려 약가 인하 영향이 없는 비급여 전문의약품 생산량을 늘려, 국민 약품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