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계엄 사전준비 정황들…

박범계 "김용현 지시로 무인기 평양 보내" 이기헌 "金, 北 오물풍선 원점타격 지시도" 추미애 "방첩사, 11월 계엄계획 문서 작성"

2024-12-09     이상래 기자
김용현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사전준비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계엄 전부터 평양 무인기 사건, 북한 오물풍선 원점타격 등을 통해 대북 국지전을 야기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군(軍)이 지난 10월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군에서 제보 받았고 믿을 만한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있던 국군방첩사령부가 실무적으로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계엄을 전제로 한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계엄령을 발동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북한이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을 띄웠을 때에도 김 전 장관이 '왜 경고사격을 하지 않느냐'며 난리를 쳤다"며 김 전 장관이 국지전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실제 북한은 10월 11일 남측에서 평양 상공에 보낸 무인기가 발견됐다고 주장하며 재발 시 보복하겠다고 했는데, 우리 군은 당시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비상계엄 선포를 1주일 가량 앞둔 지난주 북한 쓰레기 풍선을 원점타격하라는 지시를 김 전 장관이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내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지난 7일 보도자료에서 "김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전 북한에서 보내는 오물풍선을 빌미로 대북 국지전을 야기하려 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 전 장관이 지난주부터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북에서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경고 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고, 김 의장이 이에 반대하자 질책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에 이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도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안다고 이 의원은 덧붙였다.

현재 북한 쓰레기 풍선에 대한 합참 방침은 풍선으로 사람이 죽고 다치는 등 '피해 발생 시 원점 타격'이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이 '풍선 부양 시 원점 타격'이란 과잉 대응을 주문해 남북 국지전을 유도했다는 것이 이 의원 주장이다. 지난 5월부터 북한은 지금까지 32차례 쓰레기 풍선을 한국으로 보냈고, 지금까지 풍선을 추적 관찰하다 땅에 낙하하면 수거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여기에 국군방첩사령부가 지난 3월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계엄 예비훈련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정원 1차장 출신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 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올 초 3월 4~14일 한미연합훈련 계기에 방첩사는 어떤 식으로 어느 부대는 어떻게 투입하고 이런 계획을 세우면서 사실상 계엄 예비 훈련을 했다라고 하는 첩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방첩사가 지난달 초 비상계엄에 대비한 계엄사·합동수사본부(합수본부) 운영에 관한 내부 문건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1월경 작성된 '계엄사·합수본 운영 참고자료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비상계엄 전국 확대 직후 발표한 포고령을 참고했다.

추 의원은 "이는 여인형 전 사령관의 직접 지시로 방첩사 비서실에서 작성,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결심 받은 문건"이라며 "'윤석열 내란'이 사전에 치밀하게 모의된 정황을 담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을 사전에 준비해왔다는 의혹은 일찌감치 야권에서 제기돼왔다. 민주당 김민석·김병주·박선원·부승찬 의원은 지난 9월 "계엄을 빙자한 친위 쿠데타를 방지하겠다"며 '서울의봄 4법'을 발의한 바 있다. 서울의봄 4법은 전시가 아닌 경우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선포 전에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다.

특히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경우 72시간 내 국회 사후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처럼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법안의 요지다.

민주당은 그간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인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첩사를 방문해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 등을 만났다고 주장해왔다. 여 사령관 등이 선후배간 비밀 회동을 통해 계엄을 모의해왔다는 것이 민주당 주장이다. 민주당은 "지휘체계에서 벗어나 특정 세력이 군 사적 모임을 실시했다"며 "실무핵심 인책으로 계엄 준비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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