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불공정행위, 둘째가라면 서러워
데이터통화료 경쟁사 이용 고객 최대 5배 부과
2006-10-28 권민경 기자
<통신위, SKT 불공정행위 과징금15억 부과>
<고객 “소비자 눈먼 돈 갈취하는 파렴치 행위">
SK텔레콤(이하 SKT)이 무선인터넷 사용 요금을 부당하게 고객에게 부과하는 등 2년 동안이나 무선인터넷과 관련한 불공정행위를 해오다 적발돼 통신위원회(이하 통신위)로부터 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통신위는 지난 10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SKT에 대해 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KTF와 LG텔레콤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SKT는 특히 소비자가 외부 포털을 이용해 벨소리 등의 콘텐츠를 다운받으면 자사의 네이트를 이용할 때보다 최고 5배나 많은 부당 요금을 부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런 사실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많은 소비자들이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 현재 SKT의 이런 요금 횡포에 항의하는 민원이 시민단체에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SKT는 모든 것을 외부 포털과 고객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어 대기업이 구멍가게 수준도 안되는 치사한 수법을 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통신위는 이번에 과징금을 받은 SKT에 대해 외부포털 등 경쟁사업자에 대해선 일률적으로 비싼 텍스트형 요금을 부과해 온 것을 중지하고 시정명령 받은 사실을 신문에 공표하도록 했다. SKT는 그동안 자사 사이트인 '네이트'에 접속해 콘텐츠를 사용할 때 데이터 통화료를 0.5KB 당 텍스트형은 6.5원, 소용량 멀티미디어는 2.5원, 대용량 멀티미디어는 1.3원이 부과되도록 해왔다. 그런데 네이트가 아닌 '다음'이나 '네이버' 등 외부 포털을 이용할 경우에는 용량에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가장 비싼 텍스트형 요금을 부과해온 것이다. 데이터 이용료 통해 부당이득 챙겨
통신위는 SKT가 이 같은 불공정행위를 통해 상당한 액수의 부당 이득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네이트 사용자보다 외부 포털 등 경쟁사 사용자들에게 최대 5배나 비싼 요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부당 이득이다. 더욱이 고객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 부당 요금을 고스란히 물어야 했다. SKT 사용자인 회사원 정모씨(28.남)는 지난달 수십만 원이 넘는 휴대폰 이용요금을 물어야 하는 낭패를 당했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았던 무선인터넷을 호기심에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정씨는 2년 넘게 핸드폰을 써오면서 그동안은 무선인터넷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달 인터넷 포털을 통해 벨소리 2개와 바탕화면 그림 1개를 다운받았다.용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작은 용량의 멀티미디어를 사용했다.다운을 받으면서 콘텐츠 이용료와 대략의 데이터통화료를 계산해 1만원 정도 요금이 나오겠거니 예상했다. 그러나 정씨는 다음달 휴대폰 이용요금을 받아 보고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콘텐츠 이용료에 데이터통화료(정보이용료 별도)가 붙으면서 휴대폰 총 이용요금이 자그마치 30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다운을 받을 당시 콘텐츠 이용료가 명시되어 있었고 예전에 한번 네이트를 이용해 컬리링을 다운받았을 때 데이터통화료가 부과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며 "그러나 그때는 이처럼 많은 요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통화료가 이렇게 제멋대로 부과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가 이런 부당한 요금을 물어야 한데는 SKT의 비열한 수법이 숨겨져 있었다.SKT '네이트'에 접속해 콘텐츠를 사용할 때 데이터 통화료보다 정씨처럼 ‘다음’이나 ‘네이버’등 외부 포털을 이용할 시 최고 5배가 많은 요금이 부과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정씨가 사용한 그림처럼 1MB의 소용량 멀티미디어(콘텐츠 이용료 8백원)는 SKT 자사의 네이트에서 사용했을 때 2.5원 정도의 요금으로 계산해 5천원 상당을 데이터통화료로 내면 되지만 외부 포털 등을 이용했을 때는 가장 비싼 6.5원의 요금으로 계산돼 1만3 천원 정도의 요금을 더 내야한다.결과적으로 네이트를 이용했을 때보다 총 요금은 2배 이상이 많아지는 상황으로 대용량 멀티미디어를 사용한 경우라면 최대 5배 이상의 요금을 더 내야한다. SKT 와는 달리 'KTF'나 'LGT' 등 다른 이동통신사는 데이터 통화료를 자사의 '매직엔'이나 '이지아이'와 외부 포털의 구분 없이 동등하게 적용해 왔다.
정씨는 “외부 포털을 이용했을 때 부과되는 데이터 통화료가 네이트를 이용했을 때와 다르다는 것은 SKT에서 고객들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는 공지사항 아니냐"며 "이런 사실을 전혀 공지하지 않고 고객이 잘 모르는 점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이 터무니없는 데이터 사용요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통신위 등 관련기관에 한달 평균 4백여 건씩 접수되고 있고, 소비자연맹, 소비자 보호원 등의 시민단체에도 상당 수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SKT는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고객과 외부포털에 떠 넘기고 있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SKT 한 관계자는 “데이터 요금이야 고객이 쓴 만큼 나오는 것” 이라며 “많이 썼으니까 많이 부과할 뿐이다” 고 말했다. 또 이번 통신위 과징금 부과 건에 대해서도 오히려 “외부 포털들이 SKT 시스템에 컨텐츠 유형별 과금을 위한 사전 정보등록을 해야 함에도 이 절차를 무시하고 서비스를 개시한 데서 발생한 문제”라 답변했다. 다시 말하면 외부 포털 들의 과실로 인해 이용자들이 부당한 요금을 과금 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계속된 원성에도, 통신위의 과징금에도 불과하고 SKT는 여전히 책임을 전가시키기에만 급급하다. 통신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를 통해 무선인터넷 이용자들이 원하는 포털 사이트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됐다"고 말했지만, 소비자 불만에 귀를 막고 있는 SKT에서 과연 제대로 된 보완책을 마련할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