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대 야당' 횡포, 계엄은 통치행위"…탄핵 심판 대비 방어논리 설파
'지지율 11%' 尹의 野 성토…野 "극우세력 결집 내란 선동" 내란혐의 형사재판·탄핵심판 임박…계엄은 '통치행위' 강변 法 "위헌적 군통수권 행사"…헌재 尹 변론 수용 어려울 듯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12·3 비상계엄 및 내란 사태로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탄핵심판을 대비한 방어 논리를 펼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거대 야당의 횡포를 규탄하며 계엄이 '통치행위'라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하지만 이러한 윤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실패 내지 중지된 계엄이 탄핵 사유가 아니라는 결과로 귀결되고, 향후 대통령이 계엄 자체를 '정치적 선택지'로 고려할 여지를 줄 수 있어 헌법재판소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담화는 바로 직전인 지난 7일 대국민담화를 뒤집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향후 국정운영 방향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서겠다"는 탄핵과 수사에 대한 입장만 표명했다.
윤 대통령의 "우리 당 일임'"이라는 공언 역시 뒤집었다. 국민의함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 담화 발표 전 "최근 대통령이 우리 당의 요구와 본인의 일임에 따라서 논의 중인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임기 등의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이날 담화문은 야당 비판과 비상계엄의 정당성에 대한 주장으로만 채워졌다. 윤 대통령은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며 야당을 겨냥했다. 야당 언급은 일체 없이 자세를 낮췄던 지난 7일 담화문과는 확연한 차이다.
오히려 이번 담화문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담화문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에서 검사 탄핵, 정부 예산안 삭감, 특검 추진 등을 일일이 자세히 열거하며 야당 공격에 나섰다. 여기에 그는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적개심을 그대로 표출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극우 정치 성향 인사들이 제기하는 '부정선거' 음모론도 그대로 가져왔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담화문을 두고 야권에서는 "극우 세력의 소요를 선동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이미 탄핵을 염두에 두고 헌재에서 할 변론에 대한 여지를 미리 낭독해 극우 세력의 소요를 선동한 것"이라며 "극단적 망상 표출이고 불법 계엄 발동 자백이며 대국민 선전포고"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이날 "극우세력 결집을 통해 내란을 선동하고 있다. '좀비 대통령'의 최후의 발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12·3 비상계엄 후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10%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4명 대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긍정 평가는 11%, 부정 평가는 86%였다. 윤 대통령의 담화문이 이러한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이번 담화문은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의 법적 대응을 위한 '변론요지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형법상의 내란 혐의를 받는 피의자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내란 수괴는 영장 없이 긴급 체포할 수 있지 않으냐'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긴급체포가 가능하다"며 "상황이 되면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2·3 비상계엄을 "위헌적 군 통수권 행사"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강변하며 탄핵심판을 염두에 둔 방어 논리도 꺼내들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결국 (국회에)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며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10일 국방위원회에서 "4일 0시 30∼40분경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했다"며 "(윤 대통령이)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것과 엇갈린다.
서초동의 한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담화문에 대해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위헌, 위법은 아니기에 탄핵은 기각된다는 윤 대통령의 변론요지서"라며 "윤 대통령 논리대로 실패 내지 중지된 계엄은 탄핵사유 아니라는 결과로 귀결되고, 대통령이 늘 계엄을 선택지로 고려할 여지를 줄 수 있어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갤럽의 여론조사는 무선(100%)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5.4%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이들 여론조사에 대한 기타 상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