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격량 시대…내년 더 힘들다
美 관세폭탄 우려 속 정치적 불확실성 가중 정부 공백기 가격 인상 이어질 가능성 높아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탄핵 정국 여파로 국내 정치를 둘러싼 리스크 해소는 갈 길이 멀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강달러 환경 지속 등의 영향으로 내년도 국내 산업계 전망은 어두울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외환 당국에 따르면 지난 3일 1402.9원에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영향으로 급등하고 있다. 7일 탄핵소추안 부결이 무산된 직후인 지난 9일엔 1437.0원까지 치솟으며 레고랜드 사태 당시인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에도 1436.5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돈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발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뿐이다.
세계 각국의 외신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은 이제 장기적인 불확실성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비상계엄 선포가 촉발한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경제에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겨줬고, 한국경제는 성장 둔화와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로 수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실제 내수 침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 증가율은 올 1분기 –2.1%를 기록한 이후 2분기 –2.9%, 3분기 –1.9% 등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고환율 기조도 지속되며 식품·외식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에 환율 상승에 의한 식품 원가 부담도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던 8년 전인 2016년 12월 소비심리는 급감했다. 당시에도 모임이 줄어 외식업계는 연말 특수를 누릴 수 없었으며, 정부 공백기에 식품업계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현재도 고환율이 지속돼 수입 식자재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물가 안정에 동참해 가격 조정을 자제를 요청해왔지만, 윤 정부가 정권 기능을 상실한 틈을 타 기습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국가적 혼란까지 더해지자 연말 소비심리를 끌어 올리기 위해 연말 마케팅 전략을 확대에 나섰다.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국내 기업들은 내년에도 긴축경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벌인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49.7%는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 경영’으로 정했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한해 자영업자만 100만개가 사라졌다. 300만개 중에 3분의 1일 사라진 것이다. 이는 소비 위축으로 지금 경제 중단 단계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과의 관세 정책으로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내년도는 내수를 통한 경제 살리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