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146일 만에 국민의힘 당대표 사퇴...도로 '친윤' 與 대혼란
"국민 배신 않기로 약속···탄핵 찬성 후회 안 해" "부정선거 음모론자 동조하면 보수 미래 없어" '계엄 해제' 앞장 韓 대신 '친윤' 재등판에 우려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대표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이후 146일 만이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되어 더 이상 당대표로서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앞서 7·23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와 함께 선출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지도부 일원으로서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는 자동으로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게 된다. 한 대표는 14일 '당대표직을 사퇴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답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대표직을 이어가도 '식물 당대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이날 사퇴 발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벌인 '12·3 비상계엄 사태'는 명백히 잘못됐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 국민의힘은 지난 3일 밤 당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 당한다면 보수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대표직 사퇴의 도화선이 된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들을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것을)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며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공세도 있었다. 한 대표는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정조준했다.
한편 한 대표의 팬카페인 '위드후니' 회원들은 이날 국회를 찾아 '한동훈'을 연호하며 "한동훈을 지키겠다"고 외쳤다. 한 대표는 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빠져나가는 길에 이들을 만나 "여러분,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말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한 대표가 거취를 정리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 주도 하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안팎에선 '계엄 해제'에 앞장선 한 대표가 물러나고, '계엄 사태'를 벌인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정국 수습 전면에 나서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매일일보>에 "솔직히 소위 친윤계라고 불리는 의원들이 계엄 사태 이후에도 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된다"며 "자칫하면 계엄을 옹호하는 당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