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가시권에 벌써부터 몸 푸는 여야 잠룡들
'압도적 1강' 이재명 대권 가장 근접했지만 사법리스크는 3金 진입 공간 尹 계엄 자충수에 與 차기 대선 불펜은 초상집 분위기...한동훈도 휴지기 제3지대선 이준석 의원이 대선 출마 의지 피력, 이낙연도 가능성 열어둬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위기에 놓이면서, 대선시계가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에 여야 대치정국을 관망하던 잠룡들도 '조기 대선' 기대감에 점차 움직임을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현재로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 지형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구도다. 하지만 이 대표 또한 공직선거법 1심 중형 등 사법리스크가 중첩된 상황이라 여야 후발 주자들이 저마다 대선 셈법을 가동하며 물밑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대통령실 입성이 가장 유력시되는 인물은 단연 이 대표다. 이달 발표된 복수의 대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30~50% 득표율이라는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여야 잠룡들이 하나같이 지지율 한 자릿수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여권 1강 주자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윤 대통령 계엄, 탄핵 여파로 지지율이 급락세를 맞은 상태다.
실제 <뉴스1>이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대권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37%의 지지율을 얻은 반면, 대항마로 손꼽히는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은 7%에 그쳤다. 이 밖에 대권잠룡들도 모두 5% 안팎의 지지율로 존재감이 미미한 실정이다(10일 전국 성인남녀 1005명 대상, 무선전화 RDD 방식,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집권 여당과 정부의 침체를 발판 삼아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을 촉구하면서도,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띄우는 등 민생 챙기기에도 손을 뻗고 있다.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를 주축으로 한 당 집권체제도 공고하다.
다만 그는 지난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등 피선거권 박탈형에 준한 사법리스크가 내재돼 있어 조기 대선이 절실한 입장이다. 지지율이나 존재감에서 만큼은 압도적 역량을 과시하고 있지만, 반대급부로 메가톤급 약점을 보유한 1강 주자의 면모다.
'이재명의 시간'이 도래했다는 정치권 논평 일색에도 야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꾸준히 포착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함께 늘 언급됐던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3김(金)'이 대표적이다.
김 지사는 현재 친문(친문재인), 호남 지분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윤 대통령 계엄 시도에 대해 광역지자체장들 중 가장 단호한 스탠스를 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을 '내란죄' 혐의로 수사 중인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와중에 이 대표의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법 어젠다를 비판하는 등 1강 주자 견제도 병행하며 대권가도를 닦는 중이다.
'친문 적자' 김 전 지사도 12·3 계엄 사태 발발과 동시에 독일에서 즉시 귀국하며 몸풀기에 나섰다. 지난 12일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데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잰걸음을 냈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에는 "대한민국의 '새 판 짜기'를 고민해야 한다"며 조기 대선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낸 바도 있다.
진보진영에서 이례적으로 TK(대구·경북)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낸 김 전 총리도 장외에서 '강연 정치'를 이어가며 예열 중이다. 특히 최근 민주당의 '한덕수 총리 탄핵 검토설'에 극구 반대하며 수권정당으로서 품위와 역할을 강조한 일이 주목받았다.
반면 계엄 후폭풍에 극심한 침체 터널에 진입한 여권에서는 '대권 자원 고갈'이라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당장 한 전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당대표 사퇴로 휴지기에 접어들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권을 뒤흔든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 여파 수습에 여념이 없다. 그나마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활발히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를 '용병'이라 칭하며 선을 긋는 한편, 보수진영이 뭉쳐 탄핵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취지를 설파하고 있다. 다만 홍 시장 역시 그간 산발적 내부 비판과 소신 발언 등으로 주목을 받았을지언정 보수 결집을 주도하기엔 체급이 부족하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탄핵 국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5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여권 차기 주자로 언급된다. 윤 의원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을 내비치며 진영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한 전 대표의 사퇴로 공백이 생긴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메울 유력 인사로도 지목된다.
이 밖에 지난 2022년 국민의힘과 결별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제3지대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4일 한 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 탄핵을 전제하며 "대선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총선 참패 후 '반은퇴' 상태로 여겨졌던 이낙연 전 새미래민주당 대표도 SNS로 "윤 대통령 파면 후 대한민국 재편"을 언급하는 등 현실정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