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는 軍 장성들…尹 저항에도 '내란 수괴' 혐의 점점 뚜렷
檢警 수사 불응한 尹…"법적·정치적 책임 회피 않겠다" 번복 특전사·수방사령관 "尹 '의원 체포 지시'" 한목소리 경찰청장·국정원1차장도 尹 지목…비상계엄 사전 공모 정황도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12·3 비상계엄 및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약속과 달리 수사기관의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직접 지시했다는 내란 핵심 인물들의 증언이 연이어 나오면서 윤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는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은 16일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국방부 등 공동조사본부(공조본)와 검찰의 조사에 연신 불응하고 있다.
공조본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출석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를 찾았지만 전달에 실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윤 대통령에게 형법상 내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1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윤 대통령은 불응했다. 검찰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2차 통보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나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서겠다"고도 했다.
대국민 담화를 뒤집은 윤 대통령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칼끝은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 경찰 수뇌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장성들부터 조지호 경찰청장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까지 모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정치인 체포'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일단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에 모의했다는 조지호 경찰청장의 주장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를 3시간여 앞둔 지난 3일 오후 7시20분쯤 조지호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만났다고 조 청장의 변호인인 노정환 변호사가 주장했다.
조 청장 측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 "종북세력" 등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며 계엄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조 청장 측은 "윤 대통령이 계엄의 정당성 등을 결의에 찬 목소리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검찰조사에서 지난해 말부터 윤 대통령이 비공식 석상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따른 비상조치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 측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3일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한 뒤 지시사항이 적힌 A4용지 한 장을 주고 먼저 안전가옥를 떠났다. 이 A4용지에는 국회, MBC,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 등 접수·장악할 기관 10여곳이 '점령지'로 적혀있었다. 그 뒤 윤 대통령은 3일 10시23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조 청장 그리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모두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뒤 본인들에게 직접 전화해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곽 사령관은 지난 10일 국방위원회에서 "4일 0시 30∼40분경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했다"며 "(윤 대통령이)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령관도 계엄 당시 국회 현장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고, 특히 마지막 2차례 통화에서는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이 임박하자 윤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전화해 "왜 그걸 못 끌어내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자신에게 여섯 차례나 전화해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 측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포고령 발령과 군·경의 국회 투입이 이뤄진 뒤인 밤 11시37분 이후 조 청장에게 총 여섯차례 전화를 걸어 "계엄법 위반이니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조 청장 측은 "윤 대통령이 마치 스토킹하는 사람처럼 전화해 체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1차장도 지난 6일 신성범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말했다고 배석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