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실적 ‘상고하저’…3분기 성장성 둔화
한국은행 “범용 반도체 수요 부진, 석유화학 불황 등 기인” 증권가 “242개 기업 4분기 순익, 한 달 전보다 5% 이상↓”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 ‘상고하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범용 반도체 수요 부진, 석유화학 업종 불황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성장 둔화가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3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 2만3137곳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4.3%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1분기 1.2%에서 2분기 5.3%로 상승했으나, 3분기 들어 증가 폭이 4.3%로 둔화했다.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7.3%에서 올해 3분기 4.9%로 낮아졌다. 비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2.6%에서 3.5%로 높아졌다.
제조업 중에서는 기계·전기전자(20.7→13.7%) 업종의 매출액 증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와 수출단가 상승에도 PC, 스마트폰 등 범용 반도체의 수요가 더디게 회복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석유·화학(6.6→-1.0%) 업종은 제품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 지속 등으로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5.4→4.7%)과 중소기업(4.6→2.4%)의 매출액 증가율이 나란히 하락했다.
4분기 실적 예상 또한 회의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상장사 242곳의 올해 4분기 매출 전망치는 614조5950억원, 영업이익 예상치는 41조12억원이다. 한 달 전 전망치보다 매출은 1.12% 줄었고, 영업이익은 2.13% 감소했다. 순이익은 29조7823억원에서 28조2902억원으로 5.01% 감소했다.
한편, 수익성 지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올해 3분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5.8%)은 지난해 3분기(4.0%)보다 상승했다. 매출액 대비 세전 순이익률(5.6%)도 0.5%p 올랐다.
제조업(4.0→6.1%)의 영업이익률 상승 폭이 비제조업(4.1→5.4%)보다 컸다. 제조업 중 기계·전기전자 업종(0.9→8.8%)의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졌다. 운송장비(4.1→6.6%) 업종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강영관 한국은행 기업통계팀장은 “환율 상승 효과로 운송장비 업종의 수익성이 특히 좋아졌다”며 “중간재 투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수익성에 나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