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실상 무정부 상태…민간 외교력 풀가동
류진 한경협 회장 등 ‘미국통’, 미 네트워크 풀가동 외교 공백 속 재계 '민간 외교관' 활동 보폭 넓혀
매일일보 = 안종열 기자 | 탄핵정국과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날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재계가 '민간 외교관'을 자청하고 나섰다. 이들은 직접 대외 활동에 나서며 기술동맹, 공급망 협력 등 네트워크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주최로 한·미·일 민관 경제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미 국무부 측은 “예측 못한 상황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탄핵 정국 등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미 재계 간 민간 교류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재계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을 필두로 미국 정재계 네트워크를 풀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한경협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미상의와 공동으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열었다. 한경협 회장단 일부와 4대 그룹을 포함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사절단이 파견됐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과 미국 경제계의 긴밀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외에도 삼성과 LG, SK 등 주요 기업은 탄핵 정국 속에서 대관 기능 강화 등 대응책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7일부터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 계획 구상에 머리를 맞댄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전사와 모바일경험(MX)사업부를 시작으로 18일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사업부, 19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회의를 한다.
매년 6월과 12월 열리는 이 회의는 국내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삼성전자 임원이 한 자리에 모여 부문별 전략을 논의, 확정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에서는 제품별 판매 확대 전략, 고환율 등에 따른 리스크 헤징 전략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회의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주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처럼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에 사업 전략 등을 보고받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오는 20일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주관으로 전사 확대경영회의를 실시한다. 이번 회의에는 예년과 비슷하게 LG전자 본사와 각 사업본부 경영진, 해외 지역대표, 법인장 등을 포함해 총 300여명의 임원이 현장과 온라인을 통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LG전자는 내년도 경영전략과 추진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연초부터 추진해온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구조조정)과 운영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