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청년 취업 포기, 노인 임시직’… 노동생산성 제고 시급
저출산·고령화에 고용시장 구조 비효율화 “개인 편중 지원체계 손보고 대기업 중심 탈피”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청년 취업은 줄고 노인 임시직만 늘어난 가운데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기존 기업지원 체계를 개선하는 등 노동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쉬었음’을 택한 청년층(25~34세) 인구는 지난 3분기 42만2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3만6000) 대비 25.4% 증가한 수치다.
고용 관련 조사에 흔히 등장하는 쉬었음이란 취업자나 실업자 아닌 비경제활동 인구 중 질병이나 장애가 없지만, 단지 쉬고 싶어 일하지 않는 이들을 말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아 잠재적인 국가 노동력 손실을 나타내는 지표로도 쓰인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최근 쉬었음 증가는 취업 경험 있는 청년층이 주도했다. 실제 쉬었음에서 청년층 4년제 대학교 졸업자 비중은 48.4%를 차지했다. 지난 2023년 기준 쉬었음 사유 중 32.4%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이는 ‘다음 일 준비’(23.9%)보다 높은 수치다.
쉬었음 상태가 길어질수록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은 줄었고 취업률도 낮았다. 비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1년 이내 청년의 근로 희망 비율은 90%에 달했지만, 1년이 지나면 50% 내외로 급락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청년층 쉬었음 현상이 굳어지거나 장기화하면 장기적인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청년층 노동시장 이탈은 노동공급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이들을 다시 유인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청년과 달리 중장년층 근로자는 늘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임시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OECD 통계를 바탕으로 한 한국개발연구원 ‘OECD 65세 이상 평균 고용률’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한국 65세 이상 평균 고용률은 34.9%에 달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1위로 2위 일본(25.1%)과 3위 미국(18%)을 뛰어넘는 수치다. OECD 평균(15%)과 비교하더라도 두 배 이상 높다.
한국개발연구원 통계를 보면 지난 2022년 기준 55~64세 국내 임금 근로자 중 34.4%가 기간제 근로자 등 임시고용직이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1위로 2위 일본(22.5%)을 10% 이상 넘어섰고 OECD 평균(8.6%)과 비교하면 4배 수준이다. 다른 선진국인 미국(2.9%)이나 독일(3%)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이다.
KDI 관계자는 “우리나라 중장년층 임금 근로자 고용 불안정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이들의 임시직 비율이 높은 것은 과거 급여 체계로 인해 기업이 나이 든 근로자 정규직 고용을 꺼리기 때문으로 낡은 제도와 관행을 정비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고용시장 구조가 바뀌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원체계를 손보고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답했다.
최윤식 건국대 교수는 “그간 한국은 대기업 위주로 경제 구조가 변화했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저임금 일자리로 바꾸는 노동시장 개혁을 일삼았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더는 진행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제재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사회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교수는 이어 “과거부터 정부가 청년을 위한 지원정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쉬었음 인구가 많은 이유는 기존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개별 지원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지원정책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질수록 개인의 삶의 질이 떨어지기에 중소기업 임금을 보완하는 정책을 빨리 시행해야 한다”며 “고용난을 겪는 기업(중소·중견 등)은 왜 우리 회사에 지원자가 없을지 되돌아보며 일하고 싶은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는 청년들이 쉬는 이유를 개인에게만 찾는 게 아니라 이를 함께 고민하고 나눌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