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오르자 ‘차익실현’ 봇물
11월 엔화예금 93.7억달러...전월 比 4.3억달러↓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12.3 계엄 사태’ 등을 계기로 한국 통화 가치가 하락,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엔화 투자자의 차익실현 수요가 커지고 있다. 10월 말 900원대 초반이던 환율이 올해 말과 내년 초쯤 1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거주자의 엔화 예금은 93억7000만달러(한화 약 13조4647억원)로 전월(98억달러)보다 4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원·엔 환율 상승에 따라 개인과 비금융기업 등이 현물환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원엔 환율은 지난 10월 말 100엔당 902.20원에서 11월 말 920.87원까지 상승했다. 현재 930원선에서 거래 중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는 것은 탄핵정국 속 원화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다. 엔화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꽤나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우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12.3 계엄사태’가 터진 지난 3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47.50원으로 전일대비 6.98원(0.75%) 오르기도 했다. 이 여파로 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전날 대비 3324억원 가량 준 것으로 전해진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한은 깜짝 금리인하에 이어 탄핵 정국 진행되는 불확실성 영향에 원화 약세 지속되는 와중, 지난달 도쿄 소비자물가는 예상치 상회하며 금리 인상 우려 야기, 엔화 강세를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원·엔 환율이 올 연말과 내년 초에 걸쳐 1000원대에 다가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통화가치는 매크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수렴한다는 점에서 달러는 물론이고, 엔화에 대한 투자 수요 역시 유효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정책 공조 또한 엔화 수요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도 “일본은행의 12월 금정위 전까지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시장 내 이견 차이가 나타나겠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빠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내년 1월 단행될 여지가 커 향후 엔화 강세와 증시 하락이라는 조합을 염두에 둔 금융시장 흐름을 예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