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119 상황실, 세월호 구조보다 의전 챙겨”

“중앙부처서 내려오니 구조자 서거차도서 팽목항 옮겨라” 녹취록 공개

2015-05-14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16일 당시 소방 119 상황실이 중앙부처 공무원에 대한 의전을 챙기느라 해양경찰의 초기 구조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14일 드러났다.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회 안전행정상임위원회의 세월호 참사 관련 현안보고 자리에서 사건 발생 직후 소방방재청 119상황실과 목포 해경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당시 소방 상황실이 배 안에 있는 400명에 대한 구조가 아니라 고위 공직자 앞에 구조된 사람들을 보여줘야 하는 의전이 먼저였다”고 성토했다.
진 의원은 통화록을 공개하며 질의하는 내내 울먹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진 의원은 “사고 당시 소방119 상황실과 해경은 지난달 16일 사고가 난 뒤 오전 8시58분부터 오전 11시까지 19차례 이상 통화했다. 그러나 문제는 19차례 이상의 통화가 구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고위 관계자들의 의전을 위한 것이었다”고 질타했다.진 의원이 공개한 지난 4월16일 오전 8시58분부터 시작된 119상황실과 해경 간의 통화내용에 따르면 당시 119상황실 팀장은 “보건복지부와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못 간다”며 해경에게 구조자 이송지 변경을 요구했다.이에 해경 측이 “지금 배가 침몰했다. 구조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가까운 섬에 내려놓고 구조하러 가야 한다”고 답하자, 119상황실은 전화를 다시 걸어 “중앙정부에서 집결해 팽목항에 대기하고 있는데 서거차도에서 다른 데로 가버리면 다 붕 뜨게 된다”며 이송지 변경을 거듭 촉구했다.119 상황실은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에서 모두 팽목항으로 내려오는데 서거차도에서 환자를 싣고 어디로 나올 것이며 방법이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유관기관들이 팽목항으로 집결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면 안 된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해경 측은 “인명구조가 우선이니 그건 나중 일이다. 지금 많이 바쁘다”, “높으신 분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으로 오든 우리는 모르겠고, 우린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는 게 우선”이라며 ‘구조 우선’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공개됐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전남 소방본부장이 10시 37분 사고 현장 도착을 앞둔 3분 전인 10시34분부터 팽목항에 간부들이 온다는 것을 해경에 계속 통보하며 구조된 사람들의 팽목항 이송을 요구했다”며 “과잉 충성이 빚어낸 의전으로 정작 본연의 환자 구조는 망각했다”고 비난했다.그러나 중앙119를 관할하는 소방방재청은 이와 관련, 해경에 대한 요청은 의전과는 무관하며 응급구조를 위한 이송경로를 통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방재청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인 팽목항이 환자응급처치와 헬기 이송에 적합한 지역이기 때문에 구조자를 팽목항으로 이송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경에 통보한 것”이라고 밝혔다.방재청은 또 “녹취록에 나오는 ‘팽목항으로 집결하던 중앙차원의 사람들’이란 보건복지부의 재난의료지원팀, 중앙구조본부 구조팀 등 긴급구조지원 인원이므로, 의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다음은 진 의원이 공개한 119 상황실과 목포 해양경찰서 간 통화 내용 전문이다.


△오전 10시34분 (119상황실 → 목포 해경)

119 : 지금 환자나 ,헬기등 모든 것을 팽목항에 집결하는가요?
해경 : 아니 지금 한명이라도 구조해야 되니까 서거차도로 무조건 나르고 있다
119 : 서거차도로요? 섬이라서 그래요
해경 : 지금 이렇게..한다니까요(끊으려고 함) 지금 바빠서 끊..
119 : 아 잠깐만요 우리 팀장님 좀 바꿔드릴께요. 그 관계가 있어요
119 : 여보세요. 그거는 아는데요. 보건 복지부랑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못가잖아요. 팽목항으로 일단은 중앙부처에서 온다는데 어떻게 하죠?
해경 : 높으신 분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으로 오든 저희들은 모르겠고 우린 한사람이라도 구조 하는게 우선 아닙니까
119 : 그건 그런다 치고요. 그럼 서거차도로 가십니까. 저희도 그쪽으로 말을 해줘야 하니까 그래요
해경 : 예 저희는 일단은 구조해서 서거차도로 이송시키고 있습니다


△오전 10시39분 (119상황실 → 서해지방경찰청)

119 : 지금 환자를 어디로 이송을 하시죠? 지금 보건복지부쪽에서 팽목항으로 의사등 인력 집결중인데 지금 모든 환자를 서거차도로 보내고 있나요?
해경 : 잠깐만요 .. (한참동안 내부의논) 지금 죄송합니다만 어느 병원으로 갈건지 까지는 저희가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119 : 아니 그게 아니고 보건복지부 말로는 사람들이 나오면 병원 갈사람은 병원에 보내고 안갈 사람은 처치하고 그런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 많은 인원이 못가기 때문에 어쨌든 구급차로 이송해야 하지 않습니까
해경 : 지금 사람을 구조하는게 급선무이고 지금 배는 침몰했어요. 구조하는게 우선이기 때문에 가까운 섬에 내려 놓고 구조하러 가야하니까 일단 나중에 전화하면 안될까요


△오전 10시45분 (119상황실 → 서해지방경찰청)
* 400명 구조가 안된 상황 파악 후 계속 이어지는 통화내용

119 : 지금 현재 79명 무조건 서거차도로 빼더라고요 요구조자들을요. 그럼 서거차도에서 다시 이송할 방법은 어떻게 하나요
해경 : 그건 나중에.. 인명구조가 우선이니까 그건 나중에 나중 일이구요 지금 많이 바쁘니깐 죄송합니다
119 : 아니요 물론 바쁜 줄 알지만 저희 헬기라든지 구급차, 유조차등 전부 팽목항에 집결하고 있어요 또 중앙 정부에서 집결하고 있는데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서거차도에서 다른데로 가버리면 어떻게 해요. 다 붕 뜨게 된단말이예요. (중략)
119 : 모든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라든지 모든 내려오시는 분들이 모두 다 팽목항으로 되어 있는데 서거차도에서 환자를 싣고 어디로 나올 것이며 방법이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단 말이예요.
해경 : 그 저는 조금 있다 구조하고 나서 인것 같고요 그러면 일단 팽목항에 대기하고 있다고 구조세력에 통보하겠습니다.


△오전 10시50분 (119 상황실 → 목포 해경)

119 : 지금 서거차도 요구조자를 전부 다 옮기고 있죠. 서거차도에서 진도 팽목항으로 나올 예정인가요 ?
해경 : 일단 그 구조가 우선이지 어떻게 바로 나온답니까?
119 : 아니요. 지금 해경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저희 헬기가 전국에서 11대 정도 동원 됐고 구급차 열몇대가 동원됐고 인근에서 헬기에 급유할 유조차들 등 모든 인력장비, 소방과 통보된 모든 유관기관들도 팽목항 그쪽으로 집결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씀하면 안되죠
해경 : 일단 인원이 많다 보니까
119 : 예 구조가 중요한지 아는데 요구조자를 육지로 옮기는 것도 중요 하잖습니까. (중략)
해경 : 그 부분은 그렇게 하신다면 일단은 구조해놓고 무조건 한사람이라도 바다에 있는 분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119 : (중략) 중앙부처에서 전부다 팽목항으로 집결중인데 서거차도에 그대로 있으면 다 발목이 묶인 상태가 되지 않습니까?
119 : 서거차도에 감독자라든지 관리하는 해경직원이 계신가요? 전화번호 몇 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