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연탄배달 생색용 이벤트?

일각, 사회봉사 회사 홍보 위한 이벤트용 비판

2005-10-29     김상영 기자

<최 회장 9개월 동안 사회봉사활동 4시간 불과>

지난해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각 계열사 차원으로 이뤄지던 사회봉사활동을 그룹차원으로 확대하면서 `뉴SK`의 새로운 이념인 `행복극대화`를 실천해 나가자고 임직원들 앞에서 다짐했다.

SK그룹의 사회봉사활동 강화 방침의 이면에는 오너의 분식회계 등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한 회사의 이미지와 도덕성을 만회하고자 하는 의지가 배여있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그룹의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SK자원봉사단`을 발족했다. 특히 SK는 자원봉사 활동을 `행사`차원이 아니라 `기업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에 따라 ▲ 임원 대상 필수 봉사활동시간 부여 ▲ 봉사 활동비용 지원 ▲ 봉사활동 참가 직원에 대한 가산점 부여방안 등도 추진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SK자원봉사단'의 발족은 기업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주는 듯 했다. 하지만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SK그룹의 사회봉사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사회봉사를 회사 홍보를 위한 이벤트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따가운 시선의 배경은 최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CEO들의 사회봉사활동 시간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 9월까지 최 회장이 사회봉사활동에 투자한 시간은 4시간으로 지난 5월 11일 가정의 달을 맞아 근로복지센터에서 장애우들의 쿠키 굽기 도우미로 나선 것이 고작이다. 9개월 동안 반나절도 안돼는 시간을 사회봉사에 투자한 셈이다.

사회봉사활동을 행사가 아닌 기업문화로 정착을 시켜 나가겠다던 최 회장의 경영이념을 무색케 한다.

지난 10월 25일 최 회장이 에너지관련 4개사 임직원들과 함께 종로구 신교동과 청운동 일대에서 직접 연탄 배달 것까지 포함해도 반나절이 채 안 되는 시간을 사회봉사활동에 투자했다.

SK 계열의 다른 CEO들도 최 회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SK자원봉사단' 단장을 맡았던 SK텔레콤 조정남 부회장의 경우 김신배 사장과 함께 지난 9월까지 3시간에 그쳤다.

이 밖에 신헌철 SK(주) 사장은 9개월 동안 총 7시간 동안 불우이웃 배식봉사 활동을 벌였고,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은 5시간, 이정화 SK해운 대표는 10시간, 김우평 SK증권 사장은 10시간, 워커힐 유용종 대표는 9시간을 각각 사회봉사활동에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SK그룹은 CEO들이 바쁜 일정에 쫓겨 장시간 사회봉사활동에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자신의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을 쪼개 틈틈이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평일에 시간을 내기 힘들어 주말이나 휴일을 택해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없어서, 바쁜 일정 때문에 사회봉사활동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는 SK의 주장은 애초 'SK사회봉사단' 발족 때 피력했던 의지에 비춰볼 때 궁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때문에 SK그룹이 사회봉사활동을 회사 홍보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곱지 않는 시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SK그룹은 '행복 나눔의 계절'을 선포하며, 10월 한 달 동안 전임직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자원봉사활동 소식이 전 언론의 지면을 장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룹총수가 직접 참여하는 보기 드문 사회봉사활동 때문 이여서 일까. 아니면 SK그룹의 뛰어난 홍보 전략 때문 이여서 일까.

이날 SK(주), SK네트웍스, SK가스, SK엔론 등 에너지관련 4개 관계사 임직원 16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사랑의 연탄 나누기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

이같은 소식을 일부 일간신문들은 비중 있게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가판에서 흑백으로 처리됐던 사진이 배달판에서는 칼라로 확대해 게재한 신문도 있었다.

이처럼 뛰어난 홍보 효과를 거둔데 대해 고무된 SK그룹 기업문화실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기업의 자원 봉사 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문화로 정착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SK 관계자의 말이 입에 발린 일회성 멘트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연탄배달부로 변신한 최 회장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jlist@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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