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몰린 자영업자…‘폐업하면 극빈층’

“창업자금 대출 지원 넘어 골목 유통업 생태 바꿔야”

2015-05-1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봉급 생활자와 달리 자영업자들은 최소한의 안전판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자영업자 수는 565만1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506만6000명 중 22.5%를 차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3년 이후 비중이 가장 낮은 것이다.1963년에 37.2%였던 자영업자 비중은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며 1988년(28.8%) 처음으로 20%대에 접어들었다.1998년과 1999년 외환위기로 직장을 잃은 이들이 창업에 나서면서 자영업자 비중은 28% 초반대를 유지하는듯 했으나 다시 한번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 지난해 처음으로 22%대까지 떨어졌다. 1960년대에 취업자 3명 중 1명꼴이던 자영업자가 이제는 5명당 1명꼴로 줄어든 것이다.영세 자영업자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음식·숙박업이나 소매업에 뛰어들었다가 과열 경쟁에 밀려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자영업자 비중이 점차 감소했다.지난해 감소한 자영업자 6만7000명 가운데 82%(5만5000명)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을 하다 폐업했다. 2011년에 새로 창업한 99만4000명 중 85%(84만5000명)가 작년까지 폐업 수순을 밟았다는 기획재정부 통계도 있다.이처럼자영업자는 직장인처럼 노동에 따른 복지혜택이 없기 때문에 폐업할 경우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최근에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 후 자영업자로 전직했다가 실패하면서 노후생활자금을 고스란히 잃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파악된 자영업 가구의 소득 수준(2인 이상 도시가구 대상)은 지난해 349만2000원으로 임금근로자의 460만원에 비해 100만원 이상 낮다. 이마저도 2012년의 350만8000원보다 줄었다.이에 정부는 뒤늦게 영세한 1인 자영업자에 고용보험료의 50%를 지원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이들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대규모 기업들의 소매업 진출로 자영업자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단순히 미소금융 등을 통해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에 임채운 서강대학교 교수는 지난 16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학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대.중소 유통업 간 선순환 생태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유통 산업에서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대형 업체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골목 상권의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임 교수는 “유통 산업에서 독과점이 심해지면서 생계형 중소 유통업이 급속히 쇠락했고 중소 납품업체의 경우 수익성 악화과 제조업체 판로 제약, 소비자 선택권 제한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며 대규모 점포 출점에 대한 사회적 심사제도를 마련하고 소상공인 상권활성화지구 신설하는 등의 실질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