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본격돌입..외국인-소액주주 '귀한몸'
2004-02-29 파이낸셜투데이
각기업 표심잡기 총력..일부는 캐스팅보트 행사주총시즌을 맞아 외국인 및 소액주주가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기업에서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는 들러리에 불과했으나 최근 국내 증시에서 급속히 높아진 외국인 지분율과 일부 기업의 경영권 분쟁, 지배구조개선 바람 등으로 기업들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일부 기업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주주권리 행사에 있어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을 보여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POSCO, SK㈜ 등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은 기업들은 이미 '큰손'으로 부상한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SK㈜는 최근 손길승.김창근.황두열 이사가 전격 퇴진하기로 하는 한편 사외이사 비중을 70%로 늘리는 등 외국인 주주들의 지배구조개선 요구를 대부분 반영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이같은 결심을 하게 된 데는 최근 측근인 유정준 전무가 유럽과 미국 출장길에서 면담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무는 오는 3월초에는 2박3일 일정으로 홍콩을 방문, 최근 SK㈜와 SK텔레콤 이사회에서 잇따라 이뤄진 획기적 지배구조개선안을 '선물보따리'로 들고 주요 외국인 주주와 만나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67.3%에 달하는 포스코는 국내 기업설명회(IR)와는 별도로 매년 회장이 직접 해외 IR를 개최하는 등 외국인 주주 중시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정례적인 기업설명회 외에도 외국인 주주들과 수시로 화상회의 등을 통해 경영 정책이나 투자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포스코는 특히 다음달 12일 열리는 주총에서 임기 만료된 새뮤얼 슈발리에 전 뉴욕은행 부회장을 재선임하고 제프리 존스 주한 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을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 외국인 사외이사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두산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존스 명예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최근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어선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한달간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 전세계 8곳에서 잇따라 해외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는 등 해외 IR활동을 크게 강화했다. 과거에는 '찬밥' 신세였던 소액주주들에 대한 시각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집단소송제나 집중투표제 등이 본격 도입될 경우 소액주주들의 권한이 커지는 데다 지난해 10월 하나로통신 주총에서 보여줬던 '개미파워'가 재연될 것 같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KCC와 사활을 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소액주주 모임은 1차 공개질의서에 이어 지난 24일 2차 공개 질의서를 현대와 KCC에 발송, 3월3일까지 답변을 요구해 놓은 상태로 양측의 답변 내용을 토대로 주총시 지지대상을 선정,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현대엘리베이터와 KCC는 소액주주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소액주주 의견 수렴을 위해 주주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소액주주 모임의 요구사항인 집단투표제나 전자.서면투표제,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제 도입도 점진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 주식 손실 등의 여파로 2년간 배당을 못했지만, 올해는 가 급적 많은 배당이 지급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KCC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57만1천500주(8.01%)를 시가보다 높은 주당 7만원에 공개매수키로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이 비싼값에 주식을 팔아 이득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KCC는 또 올해부터 분기배당 제도를 도입하고 이사에 대한 해임요건을 정관에 신설하는 등 소액주주에 대한 잇단 '러브콜'을 보냈다. SK㈜와 소버린은 주요 일간지를 통해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펴는 한편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소액주주 위임장 확보전에 돌입했다. 한편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에게 더 많이 배당하는 '차 등배당' 실시업체도 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4일까지 현금배당을 공시한 211개 기업 가운데 35개 기업이 소액주주에게만 배당했거나 더 많이 배당했다 포스코는 개인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지 않지만 배당성향을 매년 2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해 소각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또 최근 이사회에서 올해 주총부터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를 도입키로 결정했으며 대우조선해양도 소액주주의 의사 반영을 활성화시킨다는 차원에서 최근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