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직장인 '1인 2역에 야근은 기본'
구조조정으로 직장인 '고용의 질 악화'
2006-10-31 김경식 기자
<노동 강도 강화로 스트레스도 증가>
기업의 체질개선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 노력이 직장인들의 '고용의 질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 대표 이광석)가 9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직장인 1천627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으로 인한 업무량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IMF 이후 회사에서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응답한 직장인이 62.9%(1천24명)나 됐으며, 이중 구조조정 이후 업무량이 늘어났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89.5%(916명)에 달했다.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해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했다 하더라도 떠난 사람의 업무까지 떠맡으면서 업무량은 물론 근무시간도 늘어나는 등 높아지는 업무강도에 직장인들의 어깨가 짓눌리고 있는 것.실제로 구조조정 이후 업무량이 늘어났다는 직장인은 10명중 9명(89.5%, 916명)에 달했고, 이중 절반 이상(54.4%, 498명)이 혼자서 1인 2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이 하던 일을 혼자서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3명이 하던 일을 2명이 나눠서 하는 직장인도 30.6%(280명)나 됐다. '4명이 하던 일을 3명이 나눠 한다'는 직장인이 9.4%(86명), '5명이 하던 일을 4명이 나눠서 한다'는 직장인 5.7%(52명) 등이었다.또 구조조정 이후 업무 영역이 넓어졌다는 직장인도 85.6%(877명)나 됐다. 가령 인사부서에서 채용만 담당했다가 교육, 총무 등의 영역까지 함께 일을 맡는 식이다.이처럼 늘어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근무시간도 2∼3시간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2시간 늘어났다는 직장인이 37.1%(340명)에 달했으며 3시간 늘었다는 직장인도 30.6%(280명)나 돼 근무시간이 2∼3시간 늘어난 직장인이 10명중 약 6∼7명에 달했다.또한 하루 업무시간이 12시간이라고 응답한 직장인이 24.0%(246명)로 가장 많았으며 10시간(23.0%, 236명), 11시간(15.0%, 154명) 근무한다는 직장인이 그 뒤를 이었다. 출퇴근 시간 등을 고려하면 잠자는 시간 외에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특히 주 5일 근무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주당 근무시간은 50∼60시간. 이는 5일제 근무제 도입 이후 법정 근무시간인 40시간보다 125∼150%나 많은 것이다. 이밖에도 하루 근무시간이 9시간 10.4%(106명), 13시간 9.8%(100명), 14시간(7.6%) 등의 순이었다.늘어난 업무량만큼 퇴근시간도 늦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의 89.4%(915명)가 구조조정 이후 퇴근시간이 늦어졌다고 응답했다. 퇴근 시간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10명중 7∼8명이 '업무량 증가'를 꼽았다. 75.0%(686명)가 업무량이 늘어나서 퇴근시간이 늦어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2.6%(207명)가 정시에 퇴근하면 눈치가 보여서라고 답했다.업무량과 근무시간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휴식시간도 짧아지고 있어 노동강도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구조조정 실시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중 휴식시간이나 휴식횟수가 줄어들었다는 직장인이 75.6%(774명)에 달했다. 실제로 휴식시간이나 휴식 횟수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69.5%(538명)가 '업무량 증가로 틈이 나지 않기 때문'을 꼽았다. '회사 분위기상 눈치가 보여서'도 30.5%(236명)나 됐다.이에 따라 직장인의 스트레스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의 94.7%(970명)가 구조조정 이후 스트레스가 늘었다고 답했으며 스트레스 원인으로 55.3%(536명)가 '주어지는 업무량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을 초과'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23.9%(232명)가 '실적에 대한 부담감', 17.1%(166명)가 '감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등을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았다. 이밖에도 업무량 증가로 직원들간 불화, 구조조정 형평성에 대한 부서간, 상하간 갈등, 사내 분위기 저하 등을 스트레스 원인으로 지적했다.또 직장인들은 높은 노동강도와 스트레스, 불안감 등으로 인해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10명이 구조조정 등으로 '앞날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생태가 이어지는 등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기업들이 업무효율 향상을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으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과 업무량 증가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며 "구조조정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 대책을 함께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