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보험·증권사...구조조정 가속화
은행·카드 업종 확산 가능성 있어
2015-05-28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최근 보험·증권업권을 중심으로 금융권에 전방위로 인력 구조조정이 확산하고 있다.특히 아직 별다른 구조조정 움직임이 없는 은행과 카드업계에도 소비 위축 등의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감원 광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2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생명과 합병을 앞둔 우리아비바생명은 내달 11일까지 전체 인력(340여명)의 30% 선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하고, 전날 노동조합에 이런 회사 방침을 전달했다.사측은 근속연수 15년차 이상의 직원에게 18개월치 평균 임금을 지급하고, 5년차 이상은 12월치, 5년차 미만은 2개월치의 평균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합병을 앞둔 농협생명과의 업무 중복을 피하고, 최근 악화한 경영실적을 타개하겠다는 게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이유다.금융당국이 내달 12일 농협의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아비바생명은 늦어도 내달 11일까지는 희망퇴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이달 초 우리아비바생명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경영진단을 의뢰했으며, 농협은 PMI(기업인수 후 조직통합) 추진단이 관련 업무 마무리 단계다.앞서 우리투자증권도 임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접수해 400명가량을 감원했다.우투증권은 근무 경력 20년 이상 부장에게 월급 24개월치와 생활안정자금 등 최대 2억5000만원, 부부장과 차장급은 2억3000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이처럼 올해 들어 보험·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권 전방위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앞서 생명보험업계 이른바 ‘빅3’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저금리 환경의 고착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최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증권업계에서는 업계 최상위권에 속한 삼성증권까지 희망퇴직과 지점 축소에 나섰고, 대신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동부증권, 현대증권 등도 지점을 통폐합하거나 폐쇄했다.특히 증권업계는 다른 업권에 비해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 올해 줄어드는 임직원 수가 15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증권이나 보험업계에 비해 은행, 카드업계는 구조조정의 회오리에서는 한발짝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은행의 경우 과거보다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아직 흑자를 내고 있어서 증권, 보험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의 압박이 약한 것으로 금융업계에서는 보고 있다.다만, 씨티은행의 경우 기존 190개 지점의 3분의 1에 달하는 56개 지점을 다른 지점으로 통폐합하기로 한데 이어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 눈에 띈다.신용카드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12월 9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 이외에는 구조조정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그러나 은행과 카드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소비 위축이나 금융시장 환경 등이 이들 업계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담당 수석연구위원은 “은행의 경우 저성장 시대를 맞아 대출 수요가 줄고 저금리로 이자 마진이 줄고 있고, 카드사는 소비 위축과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부담스런 상황”이라며 “이들 업권에도 언제든지 구조조정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