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월드컵, 맥주업계 ‘울상’

축구대표팀 3경기 모두 평일 새벽…“출근직전 맥주 마케팅 어려워”

2014-05-29     최원석 기자

[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월드컵 특수를 누리던 맥주업계가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호황을 이어가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9일 맥주업계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로 사회적 분위기도 가라앉은 데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 시간이 평일 새벽, 혹은 아침 시간에 치러져 예년의 대박을 기대하는 데 비관적이라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비관적인 시선은 가장 먼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지적한다.

한 달여간 맥주를 포함한 주류업계는 마케팅을 전면 중단하고 전국민적 애도 물결에 동참했다. 소비자들도 회식을 자제하는 등 주류 소비를 줄였다. 이에 맥주업계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부터 월드컵이 개막할 때까지 확연히 올라가던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월드컵 기간 중 한국 축구대표팀 일정에 있다.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내달 18일 수요일 아침 7시에 러시아와 첫 경기를 치룬다. 또한 24일 월요일 새벽 4시 알제리와 2차전, 27일 금요일 새벽 5시 벨기에를 끝으로 조별예선을 마친다.

세 경기 모두 평일에 치러질뿐더러 출근시간 직전에 열린다. 이로 인해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맥주를 즐기며 경기를 시청하기 힘들다.

또한 길거리 응원으로 소위 ‘대박’을 누렸던 맥주전문점이나 편의점들에서의 맥주 판매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맥주업체들은 매 월드컵마다 준비해왔던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하며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 후레쉬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를, 하이트진로의 뉴하이트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했다. 버드와이저 등 수입맥주업체들도 각각 월드컵 기념 패키지를 출시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월드컵을 맞아 무알코올 음료 ‘하이트제로0.00 2014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며 경기 시간을 고려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알코올이 전혀 없지만 응원 분위기는 낼 수 있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맥주 업체들은 월드컵에서 놀랄만한 성적을 낼 경우 응원열기가 고조돼 예전만큼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2년을 포함한 지난 3번의 월드컵 기간 동안 맥주업체들의 출고량은 2~3배가량 늘어났지만 올해는 맥주 성수기를 맞은 평년의 6월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평일 새벽에 경기가 치러지고 경기가 끝나면 출근 혹은 등교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맥주를 더 마시라는 마케팅은 어렵다”며 “맥주업체들은 응원에 흥을 더 돋을 수 있게 돕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