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노인으로 살아가는 노하우

골드세대, 60세부터 진짜 인생을 즐기자

2006-11-03     홍세기 기자

<중산층 수준 노후자금 7억2천 만 원>

세계 최고령의 국가 일본에서는 이른바 '골드세대'라는 명칭의 떠오르는 젊은 노인을 부르는 신조어가 있다. 노후를 준비하며 새로운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정년퇴직과 동시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돼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다가올 고령화 위기에 대한 대책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2005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 인구 중 혼자 살고 있는 독신 노인이 4명 중 한명이고, 노인의 70%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실 은퇴설계는 살면서 꾸준히 준비해야 하는 과제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는데 치여 퇴직에 가까워 와서야 부랴부랴 여러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안전망은 향후 우리의 노후를 책임져줄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 더구나 노후를 자식에게 의지하는 시대 또한 지나가 버렸기 때문에 여기에 기댈 수도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힘으로 좀더 생산적이고 멋진 노후를 맞기 위한, 골드세대로 살아갈 수 있는 노하우는 과연 무엇일까.한국전쟁 이후인 1955년부터 65년에 걸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는 현재 은퇴를 앞두고 위기에 빠져 있다. 이 세대의 인구는 어림잡아 9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는 총인구의 16.8%로 50~60년대의 경제개발을 겪으며 가난과 성장의 양면을 모두 경험한 세대라 할 수 있다. 70년대 중, 후반 학업을 마치고 80년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한 베이비 붐 세대들은 이전에 비해 훨씬 고등교육을 받고 경제성장의 인적 자원으로 중심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20여 년 가까이 일한 대가는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 조기퇴직이었다. 갑작스레 닥쳐온 퇴직은 아무런 준비 없이 긴 노후 생활을 보내야 하는 막막한 현실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은퇴 후 약 30년이 넘는 시간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제부터 생산적 노후, 즉 골드세대로 살아가기 위해 베이비 붐 세대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알아보자.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건강, 돈, 일이다. 물론 이 세 가지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특히나 노후를 편안히 보내기 위해서는 절실한 요소다. 그중 가장 첫 번째는 '건강'이다.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닌 반면 어느 날 갑자기 잃기 쉬운 것이 건강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젊을 때부터 꾸준히 지켜야 한다. 단순히 지키는 차원이 아니라 즐겨야 한다. 운동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택해 꾸준히 취미를 붙여 나가야 한다. 요즘에는 집 근처, 직장 주변 어디에나 헬스클럽, 스포츠 센터 등 운동할 수 있는 장소가 많기 때문에 본인 의지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재정적 여유가 별로 없다면 달리기, 걷기 등 돈이 적게 들면서 효과는 만점인 운동도 많다. 돈이나 명예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단순히 수명만 연장되는 것이 아닌 풍요롭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성공적 노화의 기본 조건이다.두 번째 조건은 '돈'이다. 보험 관련 전문가들은 만족스런 노후생활을 위해 연간 2천400만원, 총7억2천만 원 정도가 있어야 60세 이후의 노후 생활을 중산층 정도 수준으로 유지하며 살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연간:2400만원 기준-기본생활비 1천596만원, 여유 생활비용-782만원<여가비, 건강검진, 경조사 및 각종 모임비, 차량유지비 등) 이는 국민연금으로 일정 부분을 충당한다 해도 사회에서 은퇴하는 때 5억 정도는 준비해 놔야 안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도 적당한 노후자금을 7억~12억원으로 잡고 있고 미국에서는 애초에 첫 직장에서부터 소득의 12%를 노후자금으로 설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골프와 해외여행 등을 즐기는 좀더 풍족한 노후를 꿈꾼다면 최소 13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조사도 있다)그러나 7억원이 넘는 돈은 사실 한 사람이 평생을 일한다고 해도 저축하기 쉽지 않은 돈이다. 독자적으로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통계에 고개가 갸웃거릴 수도 있다. 실제 직장인들 역시 퇴직 후 중산층 정도의 생활이 가능한 자금을 답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지역 직장인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노후 준비 예산 자금은 '3억~4억원 미만'이 29.2%로 가장 많았고 '1억~3억원 미만'이 23.4%로 나타났다. 그리고 '4억~5억원 미만'이 16.2%, '7억원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3.8%였다. 그렇다면 노후에 총 7억원을 쓰려면 월 어느 정도를 저축해야 할까. 30세라면 월 200만 원 정도를 60세까지 저축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퇴직금이 있다해도 월 100 만 원 이상은 저축해야 보통수준의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재무적인 준비가 마련된다. 현재 45세인 사람을 기준으로 해도 월 91만 원 정도는 저축해야만 노후에 최소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만약 40세 가장이 월 60만 원 이하를 저축한다면 최저수준의 노후도 살기 힘들다.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일'이다. 그러나 노년층 일자리에 관한 문제는 개인의 힘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노인에게 일을 주는 것은 국가경제의 생산성 효과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그러나 청년실업의 난 속에서 몇 년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노인 일자리 찾기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하긴 어렵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개개인이 각 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각종 공공사업에 열심히 귀를 기울여 일자리를 찾는 정도다. 그러나 꼭 '직업'개념의 일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봉사활동 또한 골드세대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삶의 방법 중 하나다. 대신 그저 시간과 몸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실력으로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노인들이 사회복지 자격증을 따면서까지 봉사활동을 한다. 이런 활동을 하면 보람과 재미는 당연한 거고, 돈도 적게 드는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 성공적인 노후를 위한 조건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도 건강을 지키고 돈을 모으며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올 노후는 그들의 젊은 날 보다 더 행복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