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주법인, 범죄자 도피 지원 의혹

美 O.C.지검 “전 현대차 간부 이○○, 과실치사죄 인정”·현대차 “회사와 무관“…그러나?!

2009-11-19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최근 미국의 한 광고전문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마케터에 선정되는 등 세계최대의 자동차시장 미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지난 2005년 발생한 음주뺑소니 사망 교통사고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05년 10월, 현대자동차 미주법인(HMA)의 간부급 직원 이○○이 회사 회식에서 만취상태 가까울 정도로 술을 먹고 집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음주 뺑소니 교통사고를 냈고, 이씨의 직장동료들은 이씨가 사고 이튿날 한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도운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씨, 유죄 인정…최고 15년 예상에서 9년으로 감형 전망

미국 오렌지카운티지방검찰청은 지난 11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5년 미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를 일으키고 한국으로 도주했던 현대자동차 미주법인(HMA) 간부직원이었던 이○○이 10일 자신의 혐의사실을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피해자는 사고 당시 23세였던 라이언 달라스 쿡으로, 그는 ‘서버번 레전드(Suburban Legends)’라는 3세대 스카밴드의 트럼본주자로 인기를 끌고 있던 뮤지션이었으며, 당시 골든웨스트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다. 이○○은 오는 12월 7일 오후 1시로 예정된 재판에서 선고가 내려지면 주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으로, 그는 당초 과실치사에 도주에 따른 가중처벌로 최고 15년형이 예상됐지만 이번에 자신의 죄를 인정함에 따라 9년형이 내려질 것으로 검찰은 전망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출석해 사고에 따른 충격 등에 대해 증언할 예정.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들은 이씨의 동료인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이씨의 도피 출국을 도운 것으로 의심하면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이씨는 2005년 10월 18일 저녁 8시부터 회사에서 주관한 회식에 참석해 1차가 열린 모 한식당에서 HMA 동료 6명과 함께 소주 14병을 나눠 마시고, 노래방으로 이어진 2차에서도 알콜성 음료를 더 마셨으며, 19일 새벽 0시 5분경 자신의 SUV 차량을 직접 끌고 귀가길에 올랐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씨는 22번 고속도로에서 55번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전조등도 켜지 않은 채 운전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튕겨져 나와 길 한가운데 멈춰섰다. 이씨의 차는 검은색이었고, 전조등도 켜지지 않은 상태여서, 때마침 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던 쿡은 길 한가운데 멈춰서있던 이씨의 차를 미리 발견할 수 없었다. 이씨의 차에 충돌하면서 오토바이에서 튕겨져 나간 쿡은 맞은편 차선으로 떨어졌고, 지나가던 차 여러 대에 수 차례 들이받치는 사고를 다시 당했으며,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쿡이 참변을 당한 즉시 이씨는 급하게 차를 몰아 현장을 벗어났다.

이씨, 증거인멸도 시도…동료들, 도피 도왔다?

이씨는 19일 아침 직장인 현대자동차 파운틴밸리 사무실로 출근했으며,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5분 뒤에 다시 나와 차를 주차장 구석의 후미진 곳으로 옮겨 세우면서 차에 남아있던 혈흔과 피해자의 체모, 인체조직 등의 증거물 은폐를 시도한다. 이씨는 이날 아침 직장동료이자 전날밤 함께 술을 마친 동료와 함께 현대차 미주법인 고문변호사에게 이 일을 상의했고, 이씨의 직장동료와 상사는 그날 오후 이씨를 LA국제공항으로 태워다 주었다. 이씨는 쿡이 죽임을 당한지 24시간 만인 19일 12시 30분 대한항공 서울행 항공편을 타고 미국을 떠났다. 아내와 아이를 남겨둔 채였다고 한다.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고속도로순찰대에서 수사를 시작했고, 오렌지카운티지방검찰로 이관된 것은 2007년 4월이었다. 이때부터 이씨에 대한 궐석재판이 시작되었으며, LA타임즈에 관련 사건이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오렌지카운티검찰은 2008년 9월 이씨에 대해 범죄인인도를 요청했다. 서울에서 이씨가 체포된 것은 그해 12월 2일이었으며, 이씨가 오렌지카운티로 인도된 것은 올해 1월 30일이다. HMA 인사부문 부사장인 케이씨 파커는 이씨에 대한 궐석재판이 시작된 직후인 2007년 5월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씨가 사고 후 얼마 안 있어 회사에서 퇴사한 것으로 알고 있고, 따라서 그의 소재도 모른다며, 피해자와 유족에게는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의 유족 측은 현대차가 밝힌 유감의 뜻이 너무 늦고 공허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특히 이씨의 동료들이 조직적으로 도피성출국을 도왔다는 의심을 하고 있으며, 현대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유족들은 특히 이씨가 출국하던 당시 공항CCTV에 함께 찍힌 류아무개와 장아무개를 지목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이씨가 이번에 자신의 범죄행위를 인정하는 데에는 도피출국을 도왔던 동료직원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카운티 검찰은 증거 확보를 위해 지난 7월 핵심 증인 류씨를 조건부심문방식으로 불러 관련 증언을 얻어낸 바 있다. 검찰은 현대차 미주법인은 류씨의 소재파악을 돕거나 관련비용을 지불할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류씨의 교통비를 지불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현대차 “유족, 보상금 때문에 회사 고소한 것”

한편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는 17일 이씨가 임원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회사 직원이 교통사고를 냈다고 해서 회사가 책임져야 하는 법이 있느냐, 유족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씨 개인을 상대로는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회식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미국 현지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기사화 하는 것은 문제”라는 식의 황당한 주장도 펼쳤으며, 특히 이씨의 도피출국 과정에 주변사람들의 인지와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은 상식에서벗어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오렌지카운티지방검찰은 1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씨가 도피전에 회사 동료 및 회사의 고문변호사와도 이 문제를 상의했다고도 밝혔다. 더욱이 이씨가 사고 직후 회사에서 퇴직했다는 미주법인 부사장의 발언(LA타임즈 인터뷰 내용)을 감안하면 도피출국과정에 회사차원의 인지와 개입이 없었다는 현대차 관계자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씨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에 대한 수배가 내려진 것은 사고가 있고서 한참 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이○○씨가 회사에서 면직된 시점이나 이씨의 도피 출국을 도운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류모씨와 장모씨가 회사에서 어떤 종류의 인사적 조치를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인사비밀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