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합의, 南北·北美관계 개선 포석인 듯”

정영철 교수 “북일 모두 명분·실리 획득…관계 진전 중요 계기”
“실제 이행은 지켜봐야…조사 결과 엉뚱하면 갈등 소지도 있어”

2014-06-02     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지난주 북한과 일본 사이에 전격 합의된 일본인 납치자 재조사와 일본의 독자 제재 해제 맞교환을 계기로 동북아 정세에 장대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북일 합의에 대해 “양측 모두 명분과 실리를 취한 것으로, 향후 북한의 남북·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2일 PBS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지난주 북한과 일본이 공동으로 스웨덴 스톡홀름 협의의 합의 사항을 발표한데 “북일간 국장급 협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추후 협의를 지속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일본 총리가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양국이 공들여 회담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정영철 교수는 “일본과 대북공조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미국도 사전에 이를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봤을 때 진지한 협상으로 북일관계 진전에 중요한 계기를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정 교수는 “일본의 북한에 대한 최대 현안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고,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받는데다가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가 큰 문제였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이런 문제들이 진전이 있게 되면, 양측 모두 명분과 실리를 취하는 동시에 향후 협의에서도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이번 협의를 통해 북한과 일본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납치자 문제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를 할 방침이다.더구나 납치자 문제만이 아니라 일본인 유골·묘지, 잔류 일본인, 일본인 배우자, 납치 피해자 등 조사 폭이 포괄적으로 이뤄지며, 생존자는 일본으로 생환되는 방향으로 협의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북한이 일본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일본인 생존자가 일본으로 귀환할 경우 아베 정권으로서는 상당한 명분과 정당성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북한이 일본의 요구를 대폭 수용함에 따라 일본 역시 대북제재 해제도 이뤄질 전망이다.합의에 따르면 북한이 납치자 조사를 시작하면 일본이 대북제재를 바로 해제하기로 했다.그간 일본은 △북한 만경봉호 입항 금지 △북한으로의 송금 등에 대한 금지 △조총련 간부의 재입국 금지 △대북수입 전면 금지 △사치품 등의 수출 금지 등 포괄적인 제재를 취해왔다.정 교수는 “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되고 조사가 시작되면 이러한 제재들이 해제될 것으로 보여, 북일 간의 여러 가지 교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과거 북일 간의 합의 이행 과정이 순탄치 못했던 걸로 보아 실제 합의 이행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과거 합의 역사를 살펴보면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악화된 경험이 많다”며 “조사의 결과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올 경우 양측이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다분해 앞으로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정 교수는 북일 양측의 협상은 급진전된 것이 아니라 지난 2012년부터 꾸준한 접촉의 결과라고 설명했다.지난 2012년 베이징에서의 적십자 회담, 과장급 회답, 울란바토르에서의 국장급 협의, 2013년의 이지마 내각 참여의 방북 등 북한과 일본 사이의 접촉과 협상을 지속돼 왔다는 것.정 교수는 “일본 입장에서는 현재 일본이 동북아에서 영토·역사 문제 등으로 고립되는 상황인데 북한과의 교류는 중국·한국에 대한 압박을 취할 수 있는 카드”라며 “북한으로서는 일본과 관계를 진척시켜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경계하는 동시에 한미의 대북 강경자세에 파열구를 낼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북일합의로 인해 한미일 공조체계에 균열이 갈 위험이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일본이 북핵문제를 위한 한미일 공조는 이번 합의와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긋고, 우리 외교부에서도 한미일 공조는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북일 간 협상과 실행이 있게 되면 지금과 같은 한미일 공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이번 북일합의가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며 “우리 정부가 이를 기회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