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후계구도 집중분석 1탄
'父子의 난'이어 兄弟의 난으로 비화?

일선에서 물러났던 강 부회장 복귀 후계구도 다시 혼돈

2005-11-04     권민경 기자

<사측 "언론에서 말하는 갈등 100이라면 20정도 맞는 말">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차남 강문석 부회장(45)이 지난 8월 초 동아제약의 계열사인 수석무역의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그룹 후계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동아제약 대표이사직을 그만두면서 경영권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당시 강 부회장은 아버지인 강 회장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부자간 갈등을 빚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갈등설'은 부자지간인 강 회장과 강 부회장이 공격적으로 지분을 사들이며 기정사실화됐다. 급기야 강 회장은 아들을 경영 일선에서 내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 뒤 강 회장의 4남 강정석 전무가 동아제약의 핵심부서장으로 발탁되며 후계구도는 강 전무 중심으로 재편되는 듯 보였다. 이런 가운데 강 부회장이 수석무역 대표이사로 복귀하며 재기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동아제약그룹을 이끌 후계자 1순위였던 강 부회장은 강 회장의 전격적 인사 단행으로 하루아침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당시 강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하게 된 배경을 둘러싸고 재계 일각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사가 단행되기 전부터 강 부회장이 공동 대표이사인 유충식 부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불화를 빚어 왔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강 부회장은 서울대 학사, 스탠퍼드대 산업공학 석사, 하버드대 MBA출신으로 재벌 2세들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띄는 학벌을 자랑하는 인재였다. 지난 87년 동아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했다. 유 부회장 또한 강 회장을 오랫동안 보필하며 오늘날의 동아제약을 있게 한 '박카스' 창조의 일등공신이었기 때문에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박카스 먹고 힘내서 부자간 지분 경쟁돌입

그런데 강 회장은 평소 경영권을 꼭 아들에게만 물려주지는 않고,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있다면 그에게 맡기겠다는 생각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당시 유 부회장과 강 부회장의 대립에서도 강 회장이 유 부회장쪽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자 강 부회장은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당시 강 회장과 강 부회장 사이에도 갈등설이 흘러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물론 동아제약측은 이를 전혀 부인했지만 업계에서는 갈등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동아제약 측에서는 부자간의 갈등의 표면상 이유로 박카스의 매출 부진에 따른 문책 등을 내세웠지만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지난해 7월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강 부회장이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와 외부에서 임원을 영입 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자신의 세력 굳히기에 나서면서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강 부회장의 이런 '자기 사람 심기' 가 강 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강 부회장이 강 회장과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않고 인사이동에 나선 것이 화근이 돼 오해가 쌓여 갈등으로 확대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다 부자간에 지분 매입이 눈에 띄게 가속화되며 갈등설을 더욱 부추겼다. 강 부회장은 대표이사에 취임한 2003년 1월 이후 장내매수를 통해 꾸준히 주식을 매입해 2004년 7월에 지분율을 2.83%까지 끌어올렸다. 강 회장 역시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2004년 7월 3.85%였던 지분율을 불과 며칠 만에 4.54%까지 끌어올렸고 계속해서 10월까지 5.03%로 높이면서 경쟁이 가열됐다. 여기에 강 회장의 측근인 유 부회장도 1.36%이던 지분율을 2.27%까지 끌어올리면서 강 부회장을 압박했다. 이 때문에 부자간 갈등설은 더욱 증폭됐고 급기야 2004년 12월 강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부자간 갈등설은 표면화 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강 부회장이 아버지와의 경쟁에서 패해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멀어졌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동아제약측은 부자간의 지분경쟁에 대해 "회사 내부적으로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경영권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부자가 힘을 모은 것"이라며 오히려 일각의 추측을 뒤엎는 해명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경영권 위협이 자신의 아들"이었냐며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강 부회장이 회사를 떠나자 강 회장의 4남 강정석 전무(40)가 경영 전면에 급부상했다. 그는 현재 동아제약의 가장 실세 파트라고 할 수 있는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강 전무의 지분은 0.43% 정도지만 개인 지분 순위에서 강 회장(5.19%)과 강 부회장에 이어(2.84%) 세 번째. 게다가 강 전무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상근 이사로 선임되면서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이 때문에 동아제약 안팎에서는 강 전무를 중심으로 차기 경영권 구도가 짜여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파다했다.

후계구도 혼전양상

그러나 올해 8월 강 부회장이 수석무역의 대표이사로 경영에 전격 복귀하면서 동아제약의 후계구도는 또다시 혼전양상이다. 강 부회장이 수석무역을 발판으로 재기를 시도할 경우 동아제약 2세들 간의 경영권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결국 강 부회장과 강 전무의 한판승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복형제간으로 알려진 강 부회장과 강 전무는 과거에도 경쟁의식이 강했고, 둘 사이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과연 누가 동아제약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석무역의 한 관계자는 강 전무와의 갈등에 관해 "수석무역은 주로 밤에 이루어지는 비즈니스가 많아 직원들이 쉽게 피로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강 부회장은 동아제약의 원기회복 제품들을 직원에게 손수 돌리며 격려하고 있다" 며 "형제간 사이가 좋지 않다면 그럴 수 없지 않겠냐" 고 말했다. 또 "강 회장 강직한 성격으로 봤을 때 형제간에 싸움의 기미가 보인다면 아마 둘다 내치실 분이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대외적으로 보여졌던 모습이 너무 안 좋아 강 부회장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부자간 갈등설에 대해서도 "어느 아버지와 아들이나 약간의 갈등은 있다" 면서 "언론에서 말하는 갈등이 100이라고 봤을 때 20정도만 맞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 20%의 갈등이란 집안 내부의 사소한 일과 경영스타일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아무래도 강 회장은 보수적인 세대인데 반해 강 부회장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그 쪽의 경영스타일을 도입하다 보니 사고의 차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어쨌든 갈등설을 뒤로 하고 강 부회장이 현재 재기의 신호탄으로 삼고 있는 수석무역은 외산위스키 J&B를 수입 판매하는 주류업체로 현재 강 부회장이 41.91%로 대주주이며, 지난해 390억원대 매출을 올려 3억6천500만원의 순익을 남겼다. 매출이나 순익면에서 동아제약과 견줄만한 회사는 아니지만, J&B는 국내 바(Bar) 시장에서 점유율 12%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밝다. 특히 강 회장은 평소 수석무역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다. 수석무역의 관계자는 "강 회장은 유학시절부터 술에 관심이 많았고 때문에 지난 1989년 파라다이스 와인을 인수해 수석무역을 설립한 때부터 주류사업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고 설명했다. 결국 강 부회장은 아버지강 회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을 통해 다시 한번 신임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수석무역 관계자도 "강 부회장이 평소부터 아버지가 관심 있는 것을 해보고 싶어 했고, 때문에 수석무역 대표이사로 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힘들 땐 역시 '가족밖에 없어'업계에서는 과연 강 회장이 스스로 내쳤던 강 부회장을 왜 다시 복귀시켰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그동안 동아제약은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고 할 정도로 안팎으로 시끄러운 날을 보냈다. 국내 드링크제품의 대표주자 '박카스'가 지난해부터 광동제약의 '비타500'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차에 부자간의 갈등설로 대외적인 이미지도 크게 손상되기도 했다. 부자간에 지분 경쟁을 벌이는 모습 등은 매출액 5천 억 원대의 국내 최대 제약 업체이자 부동의 '박카스 신화'를 고수해온 동아제약의 이미지를 크게 추락시키는데 일조(?)했다. 더구나 그 사안이 '부자간의 싸움'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어서 대중의 시선은 더욱 따가울 수밖에 없었다. 박카스는 가족간, 친구간, 혹은 사제간 등 따뜻한 인간관계에 포커스를 맞춘 이미지로 성공해 왔기에 이런 부자간 갈등이 곱게 비춰질 리가 없다. 결국 공들여 쌓아온 기업 가치를 스스로 깎아먹는 일을 한 것이나 다름이 아니다. 게다가 강신호 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회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증권집단소송법, 기업도시특별법 등으로 어느 때보다 기업이 긴장하며 돌아가고 있는 시기에 아들과 싸우느라 단체장으로서 할일을 제대로 했겠느냐는 비난까지 있었다. 또 동아제약 사태가 오너 경영체제에 대한 일반의 불신을 더했다는 점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당시 동아제약은 서둘러 갈등설을 봉합하고 경영권 분쟁으로 얼룩진 회사 이미지를 재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강 회장의 심적 고생은 클 수밖에 없었고, 약해진 마음은 당연지사 '어려울 땐 역시 가족뿐'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됐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이유야 어찌됐건, 강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후계구도를 놓고 강 전무와의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다크호스 3남 강우석씨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장남인 의석씨처럼 동아제약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현재 광고대행사 '선연'을 경영하고 있어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소유 지분을 고려한 현 상황으로 봤을때 가장 유리한 사람은 강 부회장이다. (강문석 부회장-2.84%로 의석씨-0.49%, 강 전무-0.43%, 우석씨-0.13%) 수석무역의 관계자는 "후계자라는 말 자체가 아직은 이른 것 같다" 면서 후계구도에 관해 말을 아꼈지만 "현재 가장 가능성 있는 사람은 강 부회장이 아니겠냐" 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