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폰’시장 돌아온 SK…될까?
업계 시큰둥 “W폰, 질 떨어져…시장변화 커 적응 쉽지 않을 것”
2009-11-20 이정미 기자
[매일일보= 이정미 기자] SK그룹이 휴대폰 시장에 재진출해 탄생시킨 ‘W폰’이 9일 출시됐다. 지난 2005년 SK텔레텍(스카이)를 팬택 계열에 매각하고 휴대폰 사업에 손을 뗀 지 4년 만의 귀환. 이로써 SK그룹은 이동통신 시스템에서 단말기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다시’ 이루게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W폰’의 성공여부. 기대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동통신업계의 압도적 마켓리더인 SK텔레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휴대폰 시장에서 옛 명성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의 관심사는 W폰이 과연 시장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터뷰에서 “처음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SK텔레시스가 세일즈를 많이 하겠지만 국내시장에 큰 반향은 없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어느 정도 팔릴 수는 있지만 질적인 부문에 있어서 타 업체에 비해 좀 떨어진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W폰의 성공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변수는 제쳐놓더라도 SK가 4년 만에 휴대폰사업을 재개하는 만큼 시장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재계의 반응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이 대폭 축소되면서 휴대폰 시장의 전체 볼륨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 지난 6월 국내 휴대폰시장이 전체 304만대 판매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한 이후 10월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삼성, LG, 팬택이 국내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후발업체가 이 구도를 뚫고 쉽게 안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 휴대폰 제조 3사 국내시장 점유율의 합은 95%에 달했다. 게다가 SK텔레시스가 첫 번째로 선보인 작품이 최근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풀터치 스크린폰이라는 점도 암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풀터치 스크린폰은 삼성전자가 거의 독보적인 상황으로 7월 판매대수 79만 가운데 삼성전자는 70%인 55만대를 팔았다.더욱이 SK텔레시스 입장에서는 ‘형제’인 SK텔레콤의 든든한 지원을 기대하고 있겠지만 현재 휴대폰 시장은 과거처럼 관계사에 기대어 영업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KT가 자회사를 통해 만드는 ‘에버’로 단말기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KT 전체물량의 10%를 웃도는 정도이고, 그나마 공짜 폰 위주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 좋은 예이다.
왜 할까?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삼성이나 LG, 팬택 등의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라도 대놓고 SK텔레시스를 지원하기는 힘든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 텔레시스는 여러 단말기 제조회사의 하나일 뿐, 특별한 지원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지난 2005년 SK그룹은 스카이를 팬택에 매각하면서 휴대폰 제조 사업에 손을 땠다. 스카이는 1999년부터 SK텔레텍을 통해 만들어왔지만 이동통신업계의 지배사업자인 SK텔레콤이 휴대폰 제조까지 하는 것에 대해 정부와 주변의 압박이 심했던 데다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공급 대수도 50%로 제한되는 등 휴대폰 제조업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렇듯 대외적인 여건이 안 좋은 상황인 것을 뻔히 알고 있을 SK가 다시 단말기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SK텔레시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중계기 통신장비사업을 진행해오다 주 고객인 SK텔레콤이 투자개념보다 유지보수 개념으로 선회가 되서 다양한 새로운 동력을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조직으로 잘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모색하던 와중에 사업영역을 단말기 쪽으로 확장시키자는 내부적인 반응들이 있었다며, 디바이스 사업은 인터넷 전화, 휴대폰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에도 개인 디바이스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번 SK의 휴대폰 사업 재진출이 SK의 계열분리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한다. W폰은 최신원 폰이라 불릴 만큼 SKC최신원 회장이 이번 사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최신원 회장은 SKC의 지분율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데다가 그의 수상쩍은 최근의 행보들이 계열분리 의혹을 일게 하고 있는 상황에 이번 휴대폰 사업이 계열분리의 연장선이 아니겠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업계 반응 ‘시큰둥’…팬택 ‘쓰린 속’ 어쩌나?
다른 동종 업계의 반응은 SK텔레시스의 W폰 출시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LG는 W폰이 시장에 크게 파급력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삼성도 다른 회사의 출시에 입장을 낼 일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이에 대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팬택 측만 급할 뿐 삼성이나 LG쪽은 SK의 폰 출시에 큰 관심은 없을 것”이라며 “두 회사의 경우 해외시장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조금 빠지는 거에 신경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SK입장에서도 W폰으로 크게 돈 벌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단말기의 보조금을 낮춰 싸게 파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SK폰이라는 인지도를 서서히 올려 차근차근 폰 모델을 늘려가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지적처럼 SK의 휴대전화 사업 재진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팬택. 팬택계열은 지난 2005년 SK텔레텍의 스카이를 3000억원에 사들였고, 이후에 경영상의 어려움에 빠지면서 인수가 무리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던 터였다.물론 팬택 입장에서는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면서 SK측과 맺은 ‘3년간 동종 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제한 규정도 이미 2008년으로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SK의 단말기 시장 진출에 대해 항변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SK 텔레시스의 휴대폰 사업을 총괄한 윤민승 전무가 SK텔레텍과 팬택의 핵심요직에 있었던 인물이기 때문에 팬택이 많이 불쾌해 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SK의 단말기 시장 재진출과 관련해 팬택 관계자는 16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SK의 이번 폰 사업에 대해 특출나게 획기적인 제품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한편 팬택 계열은 오는 12월 30일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합병, 새 출발에 나설 예정이다.팬택은 양사의 합병을 통해서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휴대전화 시장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할 수 있는 내부 전열을 정비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기업개선작업 이후 사업구조를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시장과 강력한 프리미엄 브랜드 SKY를 보유한 내수시장으로 양분해 집중해 온 팬택계열은 합병이후 양사의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향후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