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돼지고기, 금값 행진
AI에 올 가을 돼지 유행성설사병 전망까지…축산물 ‘비상’
2015-06-16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서울시 양평동에 사는 주부 서 모(45)씨는 지난 주말 가족들과 대형슈퍼마켓을 찾았다가 축산코너 가격 표시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최근 한달 전만해도 100g기준 1700원대였던 삼겹살 가격이 2000원대를 훌쩍 넘어선 것.서 씨는 “넉넉하게 구입해 가족들과 부담없이 구워먹던 삼겹살이 이제는 쇠고기 가격보다 비싸다”며 “삼겹살마저 값이 뛰니까 가계 부담이 덤으로 커졌다”고 하소연했다.서민들의 대표 먹거리로 통하던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돼지유행설사병(PED) 등으로 돼지 공급량이 급감한데다 여름철 캠핑 레저의 활성화, 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 등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여기에 돼기고기 가격은 향후에도 상승 기류를 탈 것으로 보여 이를 주원료로 하는 육가공식품들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16일 업계에 따르면, 5월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2.1%, 평년보다 10% 정도 올랐다. 앞서 정부는 2011년 구제역으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자 무관세를 적용하는 등 돼지고기 수입을 독려한 바 있다.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축산물 수급동향 및 전망’ 자료를 보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kg당 5100∼5300원으로, 다음달에도 이와 비슷한 kg당 5000∼5300원선으로 예상되고 있다.현재 대형마트 기준 삼겹살 100g 가격은 2300원. 전년동기 삼겹살 100g가격이 168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7%나 껑충 뛰었다.농식품부는 최근의 돼지고기 가격 급등이 캠핑 레저의 활성화와 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 등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급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농식품부는 8월까지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평년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9월부터는 차차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이 같은 전망에 최대 변수는 돼지 유행성설사병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8월 이후 유행성설사병이 다시 유행,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농식품부는 진단했다.다만, 통상적으로 8월은 피서가 끝나는 시기인데나, 추석 대목에 돼지고기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할 경우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빠른 점이 8월 돼지고기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식품 제조업체가 햄·소시지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롯데푸드에 이어 CJ제일제당도 햄 가격을 올린다. 동원F&B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국내 햄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CJ제일제당은 다음 달 10일부터 캔햄과 냉장햄을 각각 평균 9.3%, 8.8% 인상한다.업계 관계자는 “육가공품의 원료가 되는 돼지고기 가격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추진하게 됐다”며 “돼지고기 가격이 언제 안정세로 돌아설지 알 수 없는 만큼 올리지 않은 업체들도 인상 대열에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는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어 육가공업체들과의 힘겨루기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