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딸 ‘3인방’ 광고계 지존 경쟁

정몽구 회장 맏딸 정성이 ‘광고계 내가 접수’

2006-11-10     권민경 기자

<광고계 핵 폭풍, 현대차그룹 ‘이노션>

“정몽구 회장 맏딸 광고회사 통해 경영 진출”,“정몽구 회장의 '맏딸 사랑'", "그룹광고社 대주주로" "MK의 광고社 사랑” 지난 5월 현대차그룹 계열사 광고대행사인 ‘이노션 출범을 전후로 나간 언론보도다.일단 관심은 이노션의 최대주주이자 고문인 정성이씨에게 쏠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딸이자 좀처럼 밖으로 나서지 않는 현대차 가문의 여성 가운데 이례적으로 경영전반에 나섰기에 더욱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이유를 제외하고도 이노션의 출범은 국내 광고업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해 광고비용만으로 2천131억 원을 쓴 국내 초대형 광고주다. (현대차-1220억, 기아차-911억) 때문에 현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그룹 광고 물량을 대거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노션은 단숨에 광고업계 상위로 진입할 수 있다.

출범 이후 채 몇 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그 여파가 광고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업계의 우려 반, 기대 반 섞인 시선처럼 과연 ’이노션‘이 광고계에 얼마나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과 오션(Ocean·대양)의 합성어, ‘이노션’ 그룹계열사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랜드마크타워 20층에 사무실을 차렸다. 사장에는 광고대행사 BBDO 사장을 지낸 박재범씨를 영입했고, 금강기획과 에이블리 등에서 65명의 인재를 확보, 현재 총12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 광고 독점이요? 그렇지도 않아요. 현대카드는 계열산데도 며칠 전 PT에서 졌는데요, 뭘...” 업계의 팽팽한 견제와 관심을 받고 있는 것과 다르게 이노션 관계자의 말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오히려 주위의 시선이 너무 과장돼 있다는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노션 파급효과는 시작됐다. 그동안 현대, 기아차 광고를 전담해 온 금강기획은 30명 넘는 인원이 사표를 내고 이노션으로 옮긴데다 전체 취급액의 30%를 차지했던 최대 광고주를 잃게 됐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광고를 맡아왔던 TBWA코리아도 이노션의 등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광고대행사 업계 1위인 제일기획만이 아직은 여유로운 편이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긴 하다. 금강기획은 관계자는 “이노션 출범 후 더 이상 현대차 그룹의 광고는 맡지 않게 됐지만, 이후 새로 들어온 광고만 해도 1천억 원 이상이 된다” 며 “별 문제가 안 된다” 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금강기획은 스카이라이프, 포스코건설, 대한생명, 아이리버, 이수건설 등을 새로이 맡아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회사별 9월 매출 현황에 따르면 이노션은 제일기획, LG애드 등에 이어 단숨에 5위를 차지했다. 반면 금강기회은 7위를 기록했다. 물론 광고주수로 따진다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큰 건(?)을 도맡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광고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현재까지 이노션은 '신형쏘나타 프리런칭 광고‘, ’베르나 광고, 기아 신형차 ’로체‘ 광고 등을 제작했다. 대부분 참신하고 독특하다는 호평을 얻었다. 또 한류스타 욘사마(배용준)를 기용, 일본시장에 방영할 쏘나타 광고도 제작했다. 내년에는 현대차와 해외시장에도 동반 진출해 현지 광고 업무를 맡을 계획이다.

한편 정 고문 외에도 광고업계에서 주목받는 재벌가 딸들이 있다.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박현주(52) 부회장과 농심기획의 신현주(50)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재미있게도 세 명은 모두 이화여대 동문이다. 회사의 규모만으로 봤을때는 신생회사임에도 이노션이 월등히 앞서있고, 상암과 농심은 업계 30위권으로 엇비슷한 상황이다. 상암의 박 부회장은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딸이자 박성용 명예회장의 여동생이고,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부인이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장모로 이건희 삼성 회장과는 사돈관계다. 상암 역시 대상그룹의 계열사로 주 고객은 대상그룹과 금호그룹이다. 농심의 신 부회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맏딸이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다 광고업계에 뛰어든 지 10년차다. 전공이 미술학이라 보는 시각이 남다르고 섬세하다는 평을 듣는다. 농심기획 또한 농심에서 생산하는 라면, 과자류 등을 중심으로 광고를 맡고 있다. 광고업계 전문가들은 계열 광고사와 독립 광고사, 다국적 광고사가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광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제적 감각을 키워 경쟁력을 더욱 배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연 업계가 주목하는 세 명의 재벌 딸들이 얼마만큼의 경쟁력으로 광고계 판도를 바꿔놓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kyoung@sisaseoul.com